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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스토리] '판빙빙 탈세 폭로' 中 스타 앵커…살해협박·실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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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톱스타 여배우 판빙빙의 탈세 혐의를 폭로했던 중국 관영 CCTV 출신의 스타 앵커 추이융위안(56)이 실종설에 휩싸였다. 최근 그가 소셜미디어에서 판빙빙의 탈세와 관련된 ‘엄청난 사기극’에 경찰 경제범죄수사대 요원들이 연루돼 있다는 또 한 차례의 폭로 글을 올린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이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 경찰은 추이융위안이 지난 7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판빙빙 탈세 사건과 관련된 글을 올린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이융위안이 올린 글에는 지난 5월 판빙빙의 탈세를 폭로한 이후 자신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는 경찰 경제범죄수사대 요원들이 자기 앞에서 300여 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술과 10여 만원에 달하는 담배를 피우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겨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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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CCTV 스타 앵커 출신 추이융위안은 2018년 5월 판빙빙의 탈세 혐의를 폭로한 이후 살해 협박에 시달렸으며, 10월 10일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


탈세설 이후 약 3개월간 잠적했던 판빙빙이 최근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당국이 요구하는 세금 및 벌금 8억8400만위안(약 1444억원)을 모두 납부하면서 판빙빙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판빙빙의 잠적을 야기했던 추이융위안이 2차 폭로에 따른 실종설에 휩싸이면서 판빙빙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추이융위안은 중국 최초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나라 국회 격) 기간 동안 중국의 각 지방 대표를 만나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중국의 대표적 앵커로 알려져있다. 기자 출신 앵커인 추이융위안은 친근함과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한 때 우울증에 빠지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 13억 사로잡은 국민 앵커…우울증·명예훼손 구설수

언론인 양성기관으로 알려진 중국전매대학을 졸업한 추이융위안은 CCTV 기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중국 시사논평 프로그램 ‘동방시공’ 제작팀에서 경력을 쌓던 그는 프로그램 단독 진행이라는 큰 기회를 얻었다. 1996년 일요일 시사논평 프로그램 ‘실화실설’의 진행자를 맡은 그는 친근하고 유머 넘치는 진행으로 단번에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차분하게 각본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 정석으로 통했던 중국 방송계에서 그의 신선한 진행 방식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여러 방송국에서 그의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우리나라 설날) 특집 프로그램의 앵커를 맡을 만큼 국민 앵커 반열에 올랐으나 돌연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2002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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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융위안은 2018년 10월 7일 자신의 웨이보에 판빙빙 사건에 중국 경찰이 연루됐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추이융위안 웨이보


3년 뒤 CCTV로 복귀한 그는 2007년 중국 최초로 전인대 기간 중국 정치인들을 만나 토론을 진행하는 등 앵커로서 최고의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식품(GMO) 논쟁에 빠지면서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2013년 추이융위안은 GMO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미국 다큐멘터리에 패널로 출연했다. 이 영상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사이비 과학연구 반대 운동가이자 ‘논문 표절 사냥꾼’으로 알려진 팡저우쯔(51)가 해당 다큐멘터리를 "비과학적인 왜곡된 주장"이라고 매도하면서 두 사람간의 기나긴 논쟁이 시작됐다.

이후 추이융위안은 개인적으로 일본과 미국으로 건너가 GMO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2014년 팡저우쯔가 불법 신탁자금을 만들어 미국에서 67만달러 집을 매입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팡저우쯔는 추이융위안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하면서 두 사람간 말싸움이 법정 싸움으로 치닫았다. 이 사건 이후 추이융위안은 결국 앵커직에서 하차한 뒤 모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판빙빙 탈세 폭로로 세계적 관심 끌어…살해 협박 받기도

방송계 은퇴 후 대학 강단에서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던 추이융위안은 판빙빙의 탈세를 고발하는 글 하나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 5월 웨이보를 통해 판빙빙이 영화를 나흘 동안 찍고 6000만위안(약 100억원)을 받았지만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고 폭로했다.

추이융위안의 폭로는 예상보다 파장이 컸다. 여론은 순식간에 분노로 들끓었고, 세무당국은 판빙빙의 소속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결정했다. 판빙빙이 "유언비어"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소속사 주가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등 사태는 심각해졌다. 추이융위안은 폭로 후 약 일주일 만에 "6000만위안 계약서는 판빙빙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판빙빙이 약 3개월간 자취를 감추면서 판빙빙을 둘러싼 온갖 소문이 제기됐다. 실종설부터 사망설, 미국 망명설, 가택연금설 등이 나돌며 판빙빙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졌다. 사태가 커질수록 최초 폭로자였던 추이융위안은 판빙빙 팬들의 살해협박에 시달렸다. 지난달 24일 한 홍콩 매체는 추이융위안이 경찰에 10차례 가까이 신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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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설 이후 판빙빙은 약 3개월간 종적을 감췄다. /애플데일리

일각에서는 2003년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휴대폰’의 주인공인 유명 앵커가 추이융위안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에 악감정을 품고 있었던 추이융위안이 복수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영화 속 유명 앵커는 불륜을 저지르는 등 이중생활을 즐기는 부도덕한 인물로 묘사됐는데 추이융위안은 이를 두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판빙빙이 ‘휴대폰 2’를 찍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이융위안이 일을 꾸몄다는 것이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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