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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5·24 조치’ 비핵화 진전 여부 봐가며 풀어도 늦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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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5ㆍ24 조치’ 해제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강 장관은 10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5ㆍ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강 장관은 “범 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사과드린다”며 황급히 말을 주워담는 소동을 빚었다. 외교부도 즉시 자료를 내고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5ㆍ24 조치는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장병 46명이 전사하자 이명박 정부가 그해 5월 24일 단행한 대북 제재 행정조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을 불허하고 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투자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강 장관의 말대로 행정조치인 만큼 지속적으로 해제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이후 제재가 상당히 완화된 상태고 방북금지 조항은 이미 사문화됐다.

하지만 부분적인 제재완화와 완전한 해제는 그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 ‘5ㆍ24 조치’ 해제는 무엇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생때같은 자식과 형제를 잃은 천안함 유가족들의 동의는 필수다. 한데 8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태 단 한 차례의 사과 표명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도발 자체를 ‘남측의 모략 조작극’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세번이나 열리고, 북미 관계 역시 두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진전됐다. 이에 따른 외교 안보 정책도 상황에 맞는 변화와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급하게 서둘 일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는 우리만 풀어선 소용이 없다. 비핵화 진전여부를 보아가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같이해야 실효성이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5ㆍ24 조치라는 걸림돌을 치우고 싶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뿐 ‘5ㆍ24 조치는 물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다시 문을 열는 게 맞다. 그러나 무턱대고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북한을 옥죄는 모든 제재는 핵문제와 연계돼 있다. 이게 먼저 해결돼야 제재 등 다른 문제들도 자연스레 풀린다. 조바심 내지 말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언에 가까운 강 장관 발언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행태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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