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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려동물 입양은 어렵고 느리게… 윤리적 브리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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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글로벌챌린저 개척자들, 성균관대생 4인

뉴스1

사진 왼쪽부터 김지훈 신비우리 이재희 김성준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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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미국의 유기동물보호소는 동물 한 마리를 입양 보내는데 전문가가 입양자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입양을 보내기 전 입양자와 여러 차례 면담을 합니다. 서류만 작성해서 입양 보내는 쉬운 입양이 아니라 어렵고 느린 입양인 거죠. 우리나라 입양 문화도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 LG글로벌챌린저 개척자들팀인 이재희, 신비우리, 김지훈, 김성준씨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성균관대 재학생인 이들은 학내 소모임인 '개밥사'(개밥 주는 사람들)로 활동하다 'LG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에 지원해 미국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유기동물보호소를 돌아보며 선진화된 전문 브리더(사육자) 문화 등을 배우고 왔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 개, 고양이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는 아직 선진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 버려지는 동물만 한해 8만8000마리(2016년 기준). 개척자들팀은 대한민국 유기동물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빠르게 팔고 쉽게 사는 문화'를 꼽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렵고 느린 입양'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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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LG글로벌챌린저 개척자들 주최로 '올바른 반려견 입양 문화 제안을 위한 국회 발표회'가 열렸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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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우리씨가 돌아본 미국의 동물 입양 시스템은 우리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는 "입양자의 정보를 수집해 잘 키울 수 있는지 판단을 거치고 나중에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 입양 전에 교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고 전했다. 국내 보호소의 경우 입양을 보낼 때 서류만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입양자들이 동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데려갔다가 파양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양자 사전 교육까지 시행하는 곳은 현재 강동리본센터 정도만 있다.

또 상당수 보호소가 시설이 열악하고 도심에서 거리가 멀다는 점도 미국과 비교해서 국내 보호소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지훈씨는 "샌프란시스코 보호소에는 구조전문가, 미용사, 훈련사까지 굉장히 많은 인력이 있다"며 "보호소도 시내 안에 있고 얼핏 보면 보호소인 줄 모를 정도로 건물 디자인이 잘 돼 있고 내부도 상당히 깨끗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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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팀이 탐방하고 온 미국 유기동물보호소 San Francisco Animal Care&Control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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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렵고 느린 입양은 윤리적 사명감과 전문 지식을 갖고 강아지를 양육하도록 돕는 '애견 브리더(번식업자) 문화'로부터 시작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재희씨는 "샌프란시스코 내 펫숍은 동물보호소나 구조단체가 인정한 개와 고양이만 판매할 수 있다"며 "동물보호단체들도 불법 번식업자들로부터의 구매가 아닌 보호소나 전문 브리더를 통한 입양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브리더들은 특정 견종에 대해 풍부한 양육 경험을 갖고 있다. 해당 견종을 10년 이상 양육하면서 습득한 지식으로 어떻게 하면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지 교육하고 동물등록도 한다. 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은 여러 차례 견사를 방문하고 상담 받아야 하는 등 입양절차가 까다롭다. 생명 윤리 교육도 당연히 받는다.

물론 미국도 이 같은 보호소 입양이나 브리더 문화가 하루아침에 정착된 것은 아니다. 정부와 동물보호단체, 관련산업종사자들의 끊임없이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

김성준씨는 "국내 동물 토론회에서는 감성에만 호소하고 상대방과 삿대질하며 싸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면서 "반면 미국에서는 정부와 단체가 어떤 것이 최선의 법인지를 대화로 풀면서 이성적 판단에 따라 한걸음씩 물러나기도 한다. 우리도 이 같은 문화가 정착돼서 유기동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동물권도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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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준 이재희 Deb Campbell(보호소 소장) 신비우리 김지훈 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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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렵고 느린 입양과 브리더 문화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사람만 행복한 것도, 동물만 행복한 것도 아닌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명 존중 캠페인을 벌이며 유기견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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