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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美 국방부, 곤충 이용한 작물 유전자 조작 연구에… 유럽 과학자 "생물 무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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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 텍사스대




과학자들이 미국 국방부가 식량 확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 연구에 반기를 들었다. 수백만 마리의 곤충을 이용해 농작물의 유전자를 바꾸려는 미국 정부의 연구가 자칫 '생물 테러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며 경고한 것이다.

기 리브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 박사 등 유럽 과학자 5명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정부가 '곤충 동맹(Insect Allies)'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가 생물 무기와 같은 사악한 수단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016년부터 진딧물〈사진〉과 같은 작은 곤충을 통해 농작물에 가뭄·홍수나 병, 해충에 맞설 수 있는 특정 유전자를 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곤충이 수액을 빨 때 몸속의 바이러스가 식물에 감염돼 특정 유전자를 옮기는 방식이다. DARPA는 "곤충 동맹은 식량 공급에 대한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해 미국을 보호할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사이언스 논문에서 "곤충 동맹 기술이 개발되면 목적과 반대로 전 세계 모든 작물을 황폐화할 수 있는 질병을 퍼뜨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는 지난 1975년 발효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서 규정한 생물 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적대적 목적으로 생물 무기를 개발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또 "유전자 변형 곤충은 질병 예방이나 보호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고 해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미국이 이런 연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비슷한 생물 무기를 개발하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논문에 이어 최근 미국 DARPA의 연구를 비판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반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홈페이지에 파리를 스텔스기 형태로 그리거나, 사마귀를 미사일이 장착된 대형 전투기로 표현한 일러스트도 공개했다. 실험실에서 개발된 곤충들이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DARPA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 연구는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 곤충 바이러스를 이용해 단기간에 대응 유전자를 작물에 퍼뜨리자는 것이 목표"라며 "위기를 넘긴 뒤에 바로 작물들이 자연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작물 유전자 전체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것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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