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8080666 0232018101048080666 01 0104001 5.18.15-RELEASE 23 아시아경제 0

[사람人]심재철의 영광과 그늘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리즈를 갱신하다."

수년 전 온라인에선 누군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때마다 어김 없이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 지금도 간간이 쓰이는 이 문장은 잉글랜드의 프로축구팀 리즈유나이티드가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데서 따왔다.

최근 정치권에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을 놓고 곧잘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물론 좋은 뜻은 아니다. 심 의원은 재정 정보 유출 논란 속에서 기획재정부와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고소ㆍ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파행을 낳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정국을 뒤흔들었다. 적어도 '존재감 면'에선 "리즈를 갱신했느냐"고 반문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심 의원의 재정 정보 유출 논란이 이슈화 되기 전 진보진영에서 그를 떠올릴 때 자주 회자되던 사건은 이른바 '서울역 앞 회군'이었다. 광주 출신인 심 의원은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으로 1980년 5월 '서울의 봄' 당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계속 시위를 할 것인지 해산할 것인지를 두고 지도부 간 격론 속에서 심 의원이 이 같은 결정에 일조했다는 주장이 돌았다.

시위가 계속될 경우 군이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우선 시위대를 해산한 뒤 당분간 시국을 관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결정이 신군부 집권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심 의원실은 이를 사상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일부의 주장으로 돌린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1995년 전두환 내란사건 재판에서 (서울역 앞 회군 전에) 이미 공수부대가 대학 근처로 기지를 이동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2004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허위자백 논란은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설전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심 의원은 "(이를 두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1995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2000년 16대 총선 경기도 안양 동안에서 출마해 16~20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선 국회 부의장 자리까지 오르는 영달을 맛봤다. 그렇게 그는 늘 현대사 주요 길목에 등장,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 사이에선 늘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아시아경제

김성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재철(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총장 항의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재정 정보 유출 사태는 한동안 뜸했던 그의 존재감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기재부는 지난달 17일 심 의원실 보좌관들이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산정보 수십만 건을 내려받아 불법 유출했다며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의원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에도 심 의원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연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불법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심 의원의 폭로는 당초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동계올림픽 경호 인력 목욕탕 비용까지 공개해가며 심 의원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정에도 없던 대정부 질문에 나섰지만 주목할만한 추가 폭로도 없었다. 지난 4일 제기한 이낙연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 민간인 개입 의혹이 다소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상황이 이쯤되니 심 의원의 잇단 폭로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진심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인지, 막힌 국면을 뚫기 위한 폭로였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