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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페이스북, 통신품질 저하 알고도 접속경로 변경···'캐시서버 강요'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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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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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접속경로 변경 직후 국내 통신사의 첫 번째 사실확인 요청에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캐시서버를 설치하라'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접속경로 변경 의도가 캐시서버 설치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 가능해,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간 이메일'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변 의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가 접속경로 변경 여부와 통신품질 저하 원인을 묻는 질의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면 된다”는 응답으로 일관했다.

A 통신사는 2017년 2월 14일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한 직후인 2월 17일 “트래픽 변경으로 인해 병목현상이 발생, 수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트래픽 변경 사실을 확인하고 답변해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페이스북은 하루 만에 “고객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캐시서버(FNA, Facebook Network Appliance)를 귀사 망에 구축하지 않고서는 트래픽을 한국 내에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5월 접속경로 무단변경 논란이 불거진 직후 “캐시서버 설치는 단순 제안·추천 사안으로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메일의 '캐시서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이라는 표현은 단순 제안이었다는 해명을 무색하게 한다.

B 통신사는 2016년 12월 23일 이메일에서 “고객이 페이스북 접속 시 동영상 끊김, 접속속도 저하 등 품질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점검결과 한국 KT 트래픽이 홍콩 접속경로로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트래픽을 KT로 다시 이동시키고 결과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페이스북은 12월 28일 “트래픽이 홍콩으로 보내지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용자 품질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FNA 캐시서버를 귀사 망에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응답했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통신품질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신품질 저하 가능성을 알면서도 접속경로를 캐시서버 설치를 위한 협상 카드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트래픽 이상을 확인하고 원상복구해달라는 통신사 요청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캐시서버 설치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접속경로 변경 의도가 캐시서버 설치에 있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메일을 통해 드러난 페이스북 의도는 재판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이 캐시서버 설치를 위한 것이었다며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은 트래픽 효율화라는 사업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며, 이용자 이익을 저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변 의원은 “국내에 정당한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업자 중 하나인 페이스북이 이용자 불편을 볼모로 통신사와 협상에 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국정감사를 통해 페이스북의 나쁜 영업전략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접속경로 변경 이전에도 통신사에 캐시서버의 장점과 효용에 대해 일관적으로 설득하고 협의했다”면서 “한국 통신사와 캐시서버 협상의 쟁점은 오로지 이용 가격이며, 접속경로 변경을 지렛대로 삼으려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표〉페이스북 망 이용대가 논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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