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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 in Life] 암호화폐 일상화, 소비자 불편해소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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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식당이나 호텔 예약, ATM 이용 등 실생활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경험의 결과 당장 암호화폐를 실생활에 적용해도 불편이 없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경험의 시작부터 암호화폐의 한계를 마주했다. 실제로 암호화폐가 결제에 활용되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제약을 본 것이다.

출장을 준비하면서 호텔 예약을 위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구매 후 결제를하기 위해 개인지갑으로 송금을 요청했는데, 당시 시간은 새벽 1시 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거래 승인이 나질 않았다. 거의 3시간이 지나서야 송금이 완료됐다. 필자는 새벽 4시 즈음에나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용자와 소비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 만들어야
유럽 현지에서 매장 결제를 시도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점원이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였다. 방법을 아는 다른 점원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 "이제는 받지 않는다"면서 대충 얼버무리는 것 같은 친구도 있었다. 그렇다고 사용법을 모르는 점원을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업개발을 위해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을 살펴보다 보면, 기능은 우수하지만 소비자 관점의 고민이 현저히 부족한 서비스들이 상당히 많다. 기존의 서비스와는 달리 블록체인 산업은 개발자 중심의 경영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실사용자 관점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이 부분은 암호화폐의 기술적 우수함과는 별개로 실생활 적용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유럽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던 암호화폐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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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환전수수료도 사용자에게는 '걸림돌'
암호화폐 ATM은 개인적으로 체험한 암호화폐 서비스 가운데 가장 실효성 있었다. 블록체인의 장점이 잘 반영된 서비스였다. 세계 어느 국가를 가더라도 현지통화를 뽑아쓰고 남은 돈은 다시 비트코인으로 환전해서 귀국한다. 얼마나 유용한 시스템인가?
하지만 이 역시도 현저히 낮은 ATM 보급률, 6%에 육박했던 수수료, 입출금 단계의 복잡함 등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더미 같이 남아있다. 특히,스위스 주크시에서 ATM을 사용하고 있는데, 건물 관리자가 "가끔 현금이 부족해서 돈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필자가 위의 경험들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행동은 정보검색이었다. 어디에서 내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지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가게정보들만 전문으로 모아둔 지도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유용하게 사용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덜 성숙한 암호화폐 시장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암호화폐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한계는 아니다. 시장이 더 성숙하고 활성화된다면 규모의 경제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시장이 성숙하길 마냥 기다려선 안된다.

이유는 '이용법을 모르는 점원' 같은 부정적 경험은 시장을 수십발자국 후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쓰게 하는 것보다, 써보고 떠난 고객을 되돌리는 것이 몇배나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는 블록체인 산업도 진심으로 고객을 고민해야할 단계다. 비트코인이 태어난 지 약 10년, 혁신적으로기술이 발전되고 있고 블록체인 사상은 더욱 더 견고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객에 대한 고찰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지금 같은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실행 오류를 범하고 싶지 않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고객의 관점으로 꼭 한번 다시 해석해 보는 것이 더 성숙한 시장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아아닐까.

옥상호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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