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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투 강풍'에도… 트럼프, 캐버노 인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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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50 對 반대 48로 박빙 통과

조선일보

성폭행 미수 논란을 겪었던 브렛 캐버노(53·사진)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안이 6일(현지 시각) 미 상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고교 시절 성폭행 시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미투(Me too)' 파문에 휩쓸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면 돌파 승부수를 던지며 결국 최종 인준에 성공했다. 캐버노 인준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표 등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공화·민주 양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열린 캐버노의 인준 표결에 앞서 대법원 앞에는 수백 명의 반대 시위대가 몰렸다. 상원의원들이 투표하는 내내 참관인들은 "부끄러워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방송은 종일 인준 투표 과정을 실황 중계했다.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표결 결과는 찬성 50표, 반대 48표였다. 공화당에선 스티브 데인스 의원(몬태나주)이 딸 결혼식 때문에 불참하고, 반대 의견을 밝혔던 리사 머코스키 의원(알래스카)이 막판에 기권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웨스트버지니아주)의 민주당 조 맨친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까스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캐버노 인준안은 1881년 스탠리 매슈스 대법관 후보자가 24대23으로 인준을 통과한 후 가장 근소한 표차로 통과됐다.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으로 미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법관 5명, 진보 성향 4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현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진보 성향 재판관 2명이 80대가 넘고,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은 50~70대로 상대적으로 어리다. 미국의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이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미국 대법원은 최소 10년 이상 보수 우위가 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보수 성향 대법관을 2명 임명한 것은 가장 오래 지속될 그의 정치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캐버노 인준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몰고 올 후폭풍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인준 투표 후 언론 인터뷰에서 "공화당을 이만큼 단결시키는 것은 없다"며 "이번 사건은 커다란 정치적 선물이었다"고 했다. 반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든 변화는 선거 투표함에서 온다는 것은 잊지 말라"며 "오늘의 분노에 대한 답은 하나다. 바로 투표"라고 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이번 인준 사태의 승자로 '상원 공화당 세력'과 함께 '하원 민주당 세력'을 꼽았다. '바람'의 영향이 큰 하원 선거에서 캐버노 인준 강행 후폭풍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패자로는 '미국'을 꼽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중립적 중재자로서의 연방대법관의 명성을 바닥에 떨어지게 하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캔자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캐버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거론하며 "민주당원들은 권력을 추구하면서 파괴를 기꺼이 일으키고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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