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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사이언스 샷] 형광색 투명 망토 걸친듯 130m 수심에선 적색광 없어… 붉은색 반사못해 천적은 못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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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마치 형광펜으로 그린 듯 붉고 노란 색깔로 환하게 치장한 물고기〈사진〉가 산호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의 어류학자인 루이즈 로차 박사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약 1000㎞ 떨어진 대서양 한가운데 수심 130m에서 이 물고기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연구진은 머리 위로 상어가 지나가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물고기의 아름다움에 취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몸길이 6~8㎝의 이 작은 물고기에게 '토사노이데스 아프로디테(Tosanoides aphrodite)'란 학명(學名)을 붙였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女神) 아프로디테(영어명 비너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주키스(ZooKeys)'에 발표된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지금까지 태평양에서만 산다고 알려진 물고기 그룹에 속한 신종(新種)이었다. 유전자가 가장 가까운 종은 2016년 하와이 보호수역의 수심 90m에서 발견된 '토사노이데스 오바마'였다.

이 물고기 역시 주황색과 금빛이 섞인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과학자들은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해양보호수역을 4배나 확장한 공을 기려 물고기 학명에 이름을 넣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바닷속에서는 연구진처럼 조명을 켜지 않으면 아프로디테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프로디테가 사는 곳은 햇빛이 도달하는 마지막 경계 지점인 수심 60~150m의 약광층(弱光層, twilight zone)이다. 이름 그대로 지상에서 해 뜨기 전이나 해 질 무렵처럼 빛이 아주 약하다. 이런 곳에는 붉은색처럼 에너지가 낮은 장파장의 빛은 도달하지 못한다. 물체가 붉은색을 내는 것은 붉은색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붉은색 빛이 없다면 붉은색을 가진 아프로디테는 바닷속에서 형태를 알아보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아프로디테의 화려한 형광색들은 천적을 피하기 위한 투명 망토였던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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