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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선거 불공정” 총무원장 후보 3인 동반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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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내홍 일파만파 / 혜총·정우·일면스님 기자회견 “기득권, 특정 후보 지지 확인… 불합리한 선거제 바로잡아야”

대한불교조계종의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나섰던 후보자들이 사퇴하면서 조계종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28일로 예정된 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은 2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세계일보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후보인 기호 1번 혜총(가운데 ), 기호 3번 정우(오른쪽), 기호 4번 일면 스님이 2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 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제36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후보들은 사실상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이 원행 스님을 지지하는 선거 판도가 사퇴 이유임을 시사했다. 혜총 스님은 “특정 후보에 몰표를 주는 선거는 불교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수모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우 스님은 “제도권인 종앙종회가 모 후보를 지지하기로 암묵적 지령을 내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공동 사퇴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우 스님은 “악법도 법”이라며 “우리는 지금의 선거가 불합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며, 이미 구성된 선거인단 스님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혜총, 정우, 일면 스님은 이날 후보사퇴서에 서명했으며,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 후보가 공동 사퇴함에 따라 선거는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치러지게 됐다.

후보자가 한 명일 경우 총무원장 선거인단(318명)의 과반수의 찬성이면 당선된다. 원행 스님은 중앙종회 의장,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제11~13대·16대 중앙종회의원, 금산사 주지, 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의 무난한 당선이 예상되나 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과 후보들의 집단 사퇴 등으로 조계종의 갈등과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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