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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030, 서울 아파트 사려면 산술적으로 15년, 실제로는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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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에 청년층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소득 정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집값은 크게 올라 내 집 마련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탓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3만51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그러나 청년 가구(가구주가 39세 이하)의 월평균 소득은 449만 1637원으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40대(3.8%), 50대(7.3%)와 격차가 컸다.

소득 중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은 올해 2분기 361만5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도리어 1.1% 줄었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한 마이너스다.

중앙일보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2018.9.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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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는 상대적으로 소득 절대액이 적다. 이 때문에 외국에선 20~30대의 소득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6월 기준으로 6억6403만원이다. 산술적으로 청년 가구는 15.3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의 아파트 한 채 값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2014년 1분기에는 이 기간이 10년이었으나 2015년 4분기엔 12.3년으로 연장됐고 지난해 4분기에는 13.7년으로 길어졌다

이는 최근 5년간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8.8%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청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6%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보니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도 길어진 셈이다.

좀 더 현실을 반영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진다. 가계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은 처분가능소득이 아니라 소비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가계 흑자액'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소득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가계 흑자액은 84만원이다. 이 돈을 연 2.5% 적금에 가입해 모으고, 해마다 가계 흑자액이 5만원씩 증가한다고 가정해도 6억6403만원을 모으려면 약 30년이 걸린다. 직장인 유지환(34) 씨는“증여나 로또 당첨 같은 이례적인 이벤트가 없다면 30년 이상을 집 하나에 올인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득 정체의 출발점은 고용 불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청년이 제때,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스스로 소득을 창출해 내는 시기가 늦어졌다. 이런 현상은 2009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소득 부진이 명확해진 시기와 일치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장려금 등 근시안적 대책 보다는 대·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등 구조적인 문제를 손대야 한다”며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을 유도하고, 노동시장 개혁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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