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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검찰직 합격자도 '女風'... 男수사관들이 보호받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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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검찰 수사관직 9급 공채

女 신입 192명으로 65% 돌파

여성 배려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되레 남성 안전판으로 변질될수도

"범죄자 검거 등 험한 업무에

특정 성별로 쏠려 불안" 우려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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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 공무원 수가 남성을 앞지른 가운데 범죄자 검거 등 험한 업무가 많은 검찰 수사관 직종조차 여성 합격자가 남성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검찰 수사관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는 특정 성별을 30%까지 보장하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가 오히려 남성 수사관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검찰 수사관직 9급 공채에 합격한 여성 신입 직원은 총 192명으로 전체(294명)의 65.3%에 달했다. 여성 비중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다. 지난 2014년만 해도 여성 합격자가 전체(70명)의 42.9%인 30명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무려 22%포인트 이상 크게 증가한 셈이다.

여성 신입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전체 조직에서 여성 수사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14년 전체의 14.8%에 머물렀던 여성 비중은 이제 23.8%까지 뛰었다. 검찰 수사관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6급 이하 수사관의 경우 같은 기간 여성의 수가 774명에서 1,355명으로 2배 가까이 뛰었으며 5급 이상 베테랑 수사관 가운데서도 여성의 수는 7명에서 2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를 보좌해 범죄수사를 하거나 검찰행정을 관장하는 공무원이다. 5·7급 공채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나 절대다수는 9급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수사기관 공무원으로서 사법경찰관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 전통적으로 남성이 유리한 직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검찰직의 경우 부처 파워가 크고 특수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남성 지원자들이 시험 성적에서 맥을 못 추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검찰직 9급 공채 경쟁률은 각각 49.1대1, 41.9대1로 모두 전체 평균 경쟁률을 웃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검사실에서 여성 검사와 여성 수사관만 근무하는 경우도 검찰 내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여성 검사 역시 1987년까지만 해도 한 명도 없다가 지난해의 경우 전체 검사 2,000여명 가운데 29.4%까지 늘었다.

올해 여성 수사관 합격률이 65%를 돌파하면서 이르면 내년께부터는 남성 수사관 합격생이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의 보호를 받으며 간신히 30% 채용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무 형태는 유사한 면이 있지만 특정직으로 분류된 경찰과 달리 검찰 수사관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분류돼 있어 특정 성별을 70% 이상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3년 여성의 사회활동 진출을 돕기 위해 시행된 법이 이제는 오히려 남성을 보호하는 제도로 뒤바뀌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로 범죄자들을 다루는 직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남성 수사관의 급감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범죄자 검거 등 상당히 험한 업무가 많아 일정 수준의 남성 수사관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찰처럼 채용 시 체력 테스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특정 성별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요즘 추세가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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