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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장르포] “섬마을 변호상담, 뱃삯도 안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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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378명 마을변호사 중 도서 지역 담당은 372명 막상 섬 상주 변호사 없어
차비보다 적은 대면상담비 변호사도 일일이 응대 기피 상담 원하면 육지로 나와야 섬마을 법률 사각지대 지적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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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역 주민들이 도시민에 비해 무료 법률상담 등 법률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적어 소외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도서지역 주민들의 법률 상담에 대해 일부 변호사들이 상담을 꺼리는데다 만만찮은 경비 부담을 안고 법률상담·교육을 하러 섬까지 오는 변호사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법률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어떤 개선책이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법 자체를 몰라 변호사들이 상대를 안해요"

26일 오후, 인천에서 뱃길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연평도. 북한에서 불과 3.4㎞ 떨어진 최북단 접경지대인 만큼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로 상처를 입어왔던 곳이다. 여기에 더해 법적 다툼이 일어나도 거리상 변호사를 만날 기회가 적고, 법률상담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법률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생업으로 법률상담 받으러 육지 가지 못해"

섬 주민인 김모씨(65)는 "어업 관련해 이웃 주민과 다툼이 일어나 육지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했지만 법률지식을 몰라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상담을 거절당했다"며 "매일 생계가 걸린 문제로 법률상담을 받으러 육지에 갈 수도 없고, 법률지식을 알려주러 오는 변호사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도서지역 주민들이 도시민에 비해 법률상담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상당수 변호사들이 기본적인 법률지식이 부족한 도서민을 시간상 바쁘다는 이유로 일일이 응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변호사는 "바쁜 상황에서 용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줄 수는 없지 않냐"며 "섬 주민들과 상담해 시간을 많이 뺏기기보다는 전화를 안받는 편이 낫다"고 털어놨다.

읍·면·동 등 마을에 배정된 변호사로부터 무료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마을변호사'를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2014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도서민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 1378명의 마을변호사 가운데 도서지역 담당 마을변호사가 372명이 배치됐지만 섬에 상주하거나 직접 섬을 방문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차비 이상 경비 문제 부담"

법무부가 전화·팩스·이메일 등 원격 상담을 제외하고 대면상담을 할 경우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지만 차비 이상으로 나오는 경비 문제를 안고 섬으로 들어가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변호사들의 입장이다.

또 변협이 의무적으로 변호사들에게 공익활동(매년 20시간 할당)을 강제하기 때문에 마을변호사 직함만 달아두고 상담을 하지 않으면서 허위로 보고하는 사례도 발생해 법률사각지대 양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의 도서지역 직접 방문 법교육도 상시적으로 운영해 섬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남 흑산도 주민 박모씨(67)는 "법조인이 법교육을 하러 섬을 방문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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