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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문 대통령의 '北 비핵화 중재' 3박 5일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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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마무리 짓고 경제발전에 전념하고 싶다"… 김 위원장 심정 전해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을 끝으로 오로지 북·미 비핵화 협상 촉진에 초점맞췄던 두번째 미국 뉴욕 방문을 끝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역시 지난해 9월이었던 문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참석에는 다자 정상외교 이외에도 미국 금융·경제인 간담회, 동포 간담회는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행사까지 수반됐다. 이에 비해 이번 3박 5일 뉴욕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 여론 주도층과 언론을 만나 북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비전을 설파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비핵화 협상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일이 그만큼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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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파커 뉴욕 호텔에서 미국 FOX 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역사적인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미국으로 직행한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과 종전선언 필요성이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원인을 미국 조야(朝野)에 팽배한 북한과 그 지도자에 대한 불신과 비핵화에 따른 북한의 체제 불안 우려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종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핵화를 빨리 마무리 짓고 경제발전에 전념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솔직한 심정을 대신 전했다. 또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이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종전선언이 어떠한 기존 체제 변경도 필요없는 정치적 개념·선언에 불과하나 북한 비핵화의 첫 상응조치로 꼭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중재 노력이 거둔 성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속한 개최’를 확언하면서 가시권에 들어온 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다만 비핵화 협상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상응조치’, 즉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했거나 약속 비핵화 관련 조치에 미국이 내놓을 ‘당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받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에 미국이 원하는 핵 시설·물질 신고 등 비핵화 로드맵이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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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그러나 한·미정상이 최대 관건인 종전선언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점은 큰 성과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종전선언이)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남·북·미간에)대체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연내 성사 가능성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응조치’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을 직접 제시했다. 종전선언은 물론 북·미 간 예술단과 경제시찰단 교류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영변 핵시설 폐기를 참관하기 위한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다. 모두 대북 제재완화 없이 가능한 방안들이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달리 언제든지 취소하거나 무산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 대통령 구상은 북·미 정상과 사전 교감없이 공개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상응조치에 대해 함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과 어느 정도 교감을 한 후 중재자로서 먼저 운을 뗐을 개연성이 크다. 실제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 견인을 위한 미국 상응조치와 비핵화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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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 코리아 소사이어티(KS), 아시아 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로 미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문 대통령 중재의 최종 결과는 조만간 이뤄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북·미 모두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바라고 있다. 다만 미국은 아직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아직 많은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를 위해선 기존 제재의 강력한 집행이 중요하다는 데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고 청와대와 결이 상당히 다르게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핵화협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자세로 풀이된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계속 ‘밀당(밀고 당기기)’만 하다 호기(好機)를 놓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맞물리면서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이 연내 성사될 여지가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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