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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화권력'서 '성범죄자'로… 코스비·이윤택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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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미투 폭로 1호' 유명인사 나란히 1심 실형 선고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뒤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사들이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으로도 미투 관련 사안의 기소와 재판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인 만큼 한때 문화예술계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인물들이 성범죄자로 전락해 인생말년을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일보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왼쪽)와 한국의 대표적 연극연출가 이윤택.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법원 "미스터 코스비, 이제 심판의 시간 됐다"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 촉발 이후 미국의 유명인사 가운데 처음 성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이 나왔다.”

현지시간으로 25일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0)의 1심 유죄 선고 소식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스티븐 오닐 판사는 코스비가 약물 투여에 의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10년 실형과 벌금 2만5000달러(약 2790만원), 그리고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을 선고했다.

오닐 판사는 판결문에서 “미스터 코스비, 이제 심판의 시간이 됐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유명인이든 아니든 다르게 처벌받을 수 없다”며 “약물에 의한 성폭행은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코스비는 2004년 자신의 모교인 템플대학 여자농구단 직원이던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성폭행한 혐의 등 총 3건의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처음에는 ‘3개 혐의에 관해 혐의당 각각 최장 징역 10년까지 처해질 수 있어 총 30년의 중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법원은 동일한 사건에서 유래한 혐의들을 모두 형량을 줄였다.

‘코스비쇼’를 통해 할리우드의 인종적 장벽을 뚫고 미국의 ‘국민 아버지’로 불릴 만큼 성공한 코미디언으로 우뚝 선 코스비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스비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올해 초 ‘미투’ 운동 과정에서 성추행 행위가 폭로된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법원 "이윤택, 예술감독 권력 악용해 성범죄"

앞서 한국에선 밀양연극촌 예술감독, 가마골소극장 예술감독,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등을 지낸 연극연출계의 거장 이윤택(66)씨가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씨는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구속과 1심 실형 선고에서 둘 다 ‘1호’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지난 19일 이씨의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꾸짖었다.

이씨는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악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후배 여성 배우들을 상대로 연기 지도를 하다 빚어진 일”이라며 혐의를 극력 부인하고 있다. 이씨 측이 최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공’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간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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