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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필리핀 두테르테, '눈엣가시' 최대 정적 체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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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정에 따른 지지율 급락 속 '국면전환용' 관측

연합뉴스

체포되는 트릴라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왼쪽)[AFP=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사면초가에 놓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결국 그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온 야당 고위인사에 대한 체포를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마카티 지방법원은 전날 야당인 막달로 당 소속 상원의원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에 대해 반역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경찰이 곧바로 상원을 방문해 영장을 집행했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민주주의의 패배이자 실패다. 앞으로 다른 형태의 괴롭힘이 계속될 것이며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만 페소(약 41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석방됐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필리핀 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은행 계좌에 24억 페소(약 500억 원)의 비자금을 숨겨놓았다고 주장하며 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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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마약과의 전쟁'에서 수천 명이 처형된 것과 관련해 책임자인 두테르테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청원도 적극 지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런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에 대해 전임 정부가 내린 사면 조치를 전격 취소하고 군에 체포 명령을 내렸다.

트릴라네스를 비롯한 야당세력이 공산 반군 및 과거 쿠데타에 실패한 퇴역군인과 짜고 자신을 축출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이유다.

두테르테는 트릴라네스 의원이 3주 가까이 상원 건물에 머물며 저항하자, 법원을 통해 정식 영장을 받아 체포를 강행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초강경 조처는 최근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기록적인 물가상승률과 주가 및 화폐가치 급락 속에 펄스 아시아가 지난 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은 75%로 지난 6월의 88%에 비해 13%포인트나 급락했다. 2016년 취임 후 최대 지지율 하락이었다.

비판론자들은 경제 분야 실정으로 위기에 놓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을 제물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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