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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포스트]내년 추석엔 가상화폐로 차례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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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김포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내년 상반기 출시 "성능·신뢰성 확보해 대중화 목표" [비즈니스워치] 김동훈 기자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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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번 추석 때 일가친척들과 만나 나눈 대화 주제 중 혹시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가 있었어?

비트코인 가격 등락이 극심했던 올해 설보다는 덜했겠지만, 돈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단연 화제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혹시 이번 추석 차례상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결제 수단을 썼는지도 궁금해. 아마도 현금 아니면 카드였겠지? 대부분 그랬을 텐데, 빠르면 내년 설, 늦어도 추석에는 가상화폐로 차례상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관련 내용을 소개해볼게.

통신회사 KT 알지? 이 회사가 블록체인 기술로 'K-토큰(Token)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해. 얼마 전 기자들 상대로 사업 관련 설명회가 있어서 듣고 왔어.

일종의 가상화폐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야.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공개해 투자금을 모으는 ICO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암호화한 디지털 화폐를 유통할 수 있고 현금화도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통신사는 스마트폰이나 초고속 인터넷, IPTV 정도 사업을 하는 줄 알았을 텐데, 통신사인 KT가 어떻게 이런 사업을 벌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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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KT는 정말 다양한 계열사를 갖고 있어. 가상화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 사업자 KT 엠하우스, 카드사인 BC카드도 보유하고 있으니 이것만으로 가상의 화폐를 돌릴만한 경험은 꽤 충분하지.

이밖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도 있고, 지급결제 기업 '스마트로'도 있고 보안·인증 업체 '이니텍'도 있어! 이거 반칙 아님?(농담이야) 이처럼 돈의 흐름에 관한 모든 걸 갖춘데다 휴대폰 매장, IPTV 영업망도 빵빵하지.

무엇보다 통신회사라는 장점을 살려서 빵빵한 네트워크 기술력도 활용해 데이터의 빠른 처리도 가능하지. 통신 사업이 기본 업인데, 이걸 가지고 장난을 치진 않을 거라는 게 KT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니 나름 설득력 있고, 일단 믿어보자 ㅎㅎ

그래서 KT는 무슨 기술을 쓴 것일까.

기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참여 가능하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고 용량이 적어 사업화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었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속도가 빠르지만 비공개 데이터 관리로 인해 투명성이 낮으며 소규모 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낮은 한계가 있었어.

KT는 전국에 초고속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노드(블록체인 참여자)를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성능과 신뢰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갖출 계획이라고 해.

이런 빵빵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KT는 경기도 김포시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전자형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는 거야. 빠르면 2~3월 중에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유통 규모는 100억원에 달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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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K토큰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이들이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김포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어.

KT가 개발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이 적용돼 코딩 가능한 화폐가 발행될 수 있고, 중개자 없는 직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데이터의 누락 없이 신뢰도 높은 정산이 가능해진다고 해.

이게 무슨 말이냐면, 누구나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고 그걸 유통도 할 수 있다는 얘기야. 예를 들어 커피숍 주인도 K 토큰을 만들어서 고객 상대로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지.

모든 결제 목록을 검증하는 '분산 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중 지불이나 위·변조 등을 차단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선보이는 지역 상품권이 할인 유통되는 '깡' 문제로 종종 논란이 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A라는 사람이 발행해서 B라는 사람에게 넘어가고 또 C라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사용처도 제한할 수 있어서 '깡'이 어렵다는 말이지.

쉽게 말해 아까 말한 커피숍 주인이 발행한 가상화폐는 커피숍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

KT는 이 지역화폐를 스마트폰 앱의 QR코드와 충전식 선불카드 형태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해. 최신 IT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령 인구도 고려한 것이지. 아울러, 기존 가상화폐처럼 가치의 등락은 없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충전해 쓸 수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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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중요한 포인트 하나. 이 지역화폐는 현금화 가능한 것도 장점이야. 예컨대 커피숍 주인이 아메리카노를 팔고 받은 지역화폐를 현금화해서 자기 계좌로 입금시킬 수 있다고 해. 또 소상공인들은 카드 수수료가 걱정인데, 지역화폐는 그런 것도 거의 없거나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래.

지역 화폐는 청년 배당, 아동 수당, 산후 조리비, 공무원 복지 포인트 등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서 김포시에 적용한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지도 관심이야.

다만, 당장 전국구로 확 쓰이는 일은 사실상 없을 것 같아.

이미 각종 지자체가 지역 내에서만 활용 가능한 상품권을 내놓고 있으니 특정 지역 안에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라는 콘셉트를 유지해야 다른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고 정부 규제의 칼날도 피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해.

게다가 KT가 전국 지자체 모두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벌이는 일도 독점 사업이란 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그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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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KT토큰이 발행·유통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KT도 일단 김포 시내 골목 상권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가맹점을 우선 확보하고, 나중에는 이용률 증대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 서비스에 적용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

기부를 할 때도 유용할 전망이야. 사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제로 제대로 쓰이는지 궁금한데, 이 화폐를 이용하면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매력적인 대체 수단이 될 거라고 해.

재밌는 거 하나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도 적용할 수 있어.

학용품이나 간식을 사라고 용돈을 줬더니 PC방에 가면 곤란하잖아? 이 화폐를 이용하면 사용처를 특정 목록으로 제한할 수 있으니 부모는 좋고 자녀는 심란해지겠어. (인류가 언제나 그랬듯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만….) 추석 차례상 마련하는 돈을 받은 뒤 잔돈을 떼먹는 일도 줄어들겠어.ㅎㅎ

KT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지켜보자. 지금도 KT는 30~40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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