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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9년 만에 돌아온 제동씨, 이제 몸 좀 풀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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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만리동이 고른 추석동반자 ④ 방송인 김제동

‘연예인 블랙리스트’로 퇴출 9년만에

KBS1 ‘오늘밤, 김제동’ 진행맡아 복귀

“정치적 편향 인물” 비판딛고 시청자 교감




알고 싶은 사람, 알아도 궁금한 사람, 알수록 대단한 사람, 알기에 보고 싶은 사람.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이 올 추석에 더 깊이 알려주고 싶은 셀럽을 골랐습니다. 조승우, 조용필, 양준일, 김제동, 정경화, 최정화입니다. 취재하며 느꼈던 감동과 사심을 동시에 전합니다.

① 나는 왜 자꾸 조승우에게 “결혼하라” 했을까?
② 그래 나 홀렸다! 그래도 조용필이니 좋았어
③ 양준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던 오빠여


한겨레

“어떤 정권이든 멍드는 것은 국민이다.”

보수정권 시절 ‘좌빨’로 찍혀 지상파 방송에서 퇴출됐던 김제동이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의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이하 <오늘밤> 월~목 밤 11시30분.) 진행을 맡아 9년 만에 공영방송 시청자를 만났다. 지난 10일 첫 전파를 탄 <오늘밤>은 ‘오늘의 이슈를 통해 내일의 변화를 찾는다’는 취지의 라이브 시사토크쇼다.

김제동은 한국방송 2텔레비전에서 4년 동안 <스타골든벨>을 진행 중이던 2009년 10월 가을 개편에 급작스럽게 하차됐다. 당시 한국방송은 저조한 시청률을 교체 이유로 밝혔으나 이명박 정권에서 밉보인, 문화계의 이른바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져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5년부터 종합편성채널인 <제이티비시>(JTBC)에서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상파에 고정 진행자로 복귀는 지난 4월 <문화방송>(MBC) 라디오 <굿모닝에프엠 김제동입니다>에 이어 티브이로는 처음인 셈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김제동에게 지상파 티브이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늘밤> 스튜디오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보수언론 등에서 진행자의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 이른바 ‘좌빨’이기에 편파·왜곡 가능성이 있으니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거나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정치·사회적 현안에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 것을 문제삼았다. 방송 시작하자마자 일부 언론은 재미가 없어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캐스팅과 기획의 실패라는 비판도 보태졌다.

<오늘밤>은 한국방송이 보수정권 10년간 ‘시사’라는 주제로 국민과 소통했던 창이 제대로 없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시사 프로그램 강화 등으로 추락한 신뢰를 되찾겠다는 취지였다. <오늘밤>의 피디인 강윤기 팀장은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창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시사 프로그램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토크로 풀어보는 새로운 포맷을 생각했다”며 “시청자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가장 공감가는 인물이 누굴까. 김제동씨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방송 시작 전부터 뭇매를 맞아서인지 1주차엔 김제동이나 제작진 모두 잔뜩 긴장한 채 진행 실수와 프로그램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피디들도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을 10년 만에 맡게돼 욕심을 부리다보니 엇박자가 많았다고 한다. 김제동의 부활을 반긴 시청자 ㄱ씨는 “프로그램 시작한 지 며칠 안됐지만 아직 자신의 역할을 못찾은 거 같다. 얼굴도 굳어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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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인 17일부터 김제동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입담과 순발력이 작동되며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그동안 메르스 비상, 9·13 부동산대책, 3차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현안을 올려놓고 전문가나 정치인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자로서 그의 역할은 이슈를 적확하게 전달하고, 시청자를 대변해 명쾌하게 ‘콕’ 짚어 질문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다시 돌아온 세금폭탄론, 통할까’에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왔는데 김제동은 “왜 이렇게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냐” “우리는 언제 집을 살 수 있는가” 등 시민 눈높이에 맞춰 질의했다. 박 의원이 집값 상승에 대해 “9년 동안 잘못한 것을 1년 안에 다 돌려놓을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 정권의 잘못이라고 하자 그는 “전 정권의 잘못이라는 지적은 많이 들었다”며 현 정권의 대책은 무엇인지를 따졌다. 박 의원이 종부세는 국민 2%에만 해당된다고 말하자 그는 “제일 궁금한 것은 종부세가 세금폭탄 아니라고 치고 이 세금정책을 폈을 때 98%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뭔가?”를 물었다. 다수의 서민을 대변한 발언이었기에 “맞아~~”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댓글에도 “제동오빠 잘한다”가 올라왔다. 초대손님의 신청곡을 받는 코너에서 박영선 여당 의원이 ‘멍’을 신청하자 김제동은 “어떤 정권이든 멍드는 것은 국민”이라고 맞받았다. 그의 이런 활약 덕분에 시청률도 전주 2%대에서 3%대로 올라갔다.

제작진은 그날의 이슈를 다른 시각으로 되짚어보고, 기존 매체들이 다루지 않은 정보는 없는지를 다각도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딱딱한 뉴스를 재미있게 접근하려는 노력은 엿보이나 아직까지 이슈를 파헤치거나 색다른 시각은 안보여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사회적 이면과 소외계층에도 눈을 돌리겠다고 했는데 김제동의 따듯한 시선이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김제동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오늘밤, 편안히 주무시기 바랍니다”라고 오늘밤 시청자에게 마무리 인사를 한다. 그말대로 오늘밤은 편안히 자고 싶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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