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정리뉴스] ‘공시가격 현실화’되면 내년에 보유세 무조건 오른다고요?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남한산성에서 찍은 서울 도심.올림픽 페밀리 아파트 부근/우철훈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시끌시끌합니다. 정확히는 최근 들어 서울 중심으로 다시 급등한 집값 때문인데요.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여 만인 지난 13일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9·13 부동산 대책입니다. 서울에 집이 있으면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극소수 다주택자에겐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리는 등 수요를 억제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습니다. 이어 정부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1일, 서울과 제1기 신도시 사이 20만호 등 수도권에 주택 30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모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아닙니다. 남은 카드 중 하나가 ‘공시가격 현실화’인데요. 정부는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격 급등 지역의 시세상승분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고, 주택 유형별·지역별·가격별 형평성이 제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1일에도 외신과 인터뷰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하겠다”, “공시가격이 집값을 못 따라가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보유세가 근로소득세 등 다른 세금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 관련기사

▶‘세금 폭탄론’은 허상…시세 17억 종부세 74만8800원→79만5600원, 5만원도 안 올라

▶[부동산, ‘값’부터 제대로 매기자](2)나는 실거래가, 기는 공시가…급등 때 종부세 제외 수두룩

▶[부동산, ‘값’부터 제대로 매기자](4)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저평가, 왜?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유리한 공시가격?

공시가격이란 재산세,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 과표 산정의 기초 자료입니다. 고가 주택이나 가격 급등 지역의 주택일수록 가격 상승분 혹은 가격 대비 공시가격이 낮게 계산되면, 고가 주택·가격 급등 지역 주택 보유자는 상대적으로 세부담을 줄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조세 형평성’ 강화로 내세웁니다.

현재 고가 단독주택이나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는 시세의 60% 이하에서 공시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반면 일반 아파트는 대체로 시세 대비 70% 수준에서 공시가격이 책정됩니다. 토지 공시지가는 지역별·가격수준별로 천차만별입니다만, 대략 시세 대비 30%에서 80% 사이에서 공시지가가 형성된다고 보면 됩니다.

종부세액 계산 과정을 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까지 종부세 공제를 받습니다.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이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와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냅니다.

계산법은 다소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공시가격 10억원에서 공제액 9억원을 뺍니다. 남은 1억원에서 세금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올해 80%·내년 85%)을 곱하면 과세표준 8000만원이 나옵니다. 현재 과세표준 6억원 이하 1주택자는 세율 0.5%를 적용받습니다. 8000만원에 세율 0.5%를 곱하면 종부세액을 구할 수 있습니다.

즉,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 자연스럽게 세부담도 더는 구조입니다. 시세가 16억~17억원이 넘는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로 책정될 수 있어 종부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관련기사

▶공시가격 22.4% 오른 아파트 실거래가는 40% 넘게 뛰었다

▶100억 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의 절반’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격 급등 지역 공시가격은 왜 시세에 못 미칠까

김 부총리의 지적은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확인해보면 숫자로 드러납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당해 공시가격을 그해 1월1일자로 전년도 1월에서 12월 사이 집값 변동분을 반영해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국토부는 2018년 1월1일자 공시가격을 2017년 1월에서 12월 사이 집값 변동분을 검토해 결정합니다.

바로 위에 있는 그래프 ‘서울 강남권 아파트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상승률’은 올해 공시가격과 지난 한 해 실거래가 변동 추이를 비교한 사례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76.79㎡)는 지난 한해 실거래가는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4억원(36.4%) 올랐습니다. 반면 공시가격은 8억원에서 9억1200만원으로 겨우 1억2000만원, 비율로 따지면 14% 올랐습니다.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84.88㎡)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거래가는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4억원(36.4%) 올랐지만 공시가격은 7억2800만원에서 8억8800만원으로 1억6000만원(21.9%)만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왜 가격 급등 지역의 시세를 공시가격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국토부는 그동안 오른 시세만큼 공시가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국토부가 밝힌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전년도에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하더라도 향후 다시 떨어질 수도 있고, 거래 사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급등한 가격을 ‘시세’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또 다른 이유로 처음부터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됐다는 점을 꼽습니다.

공시가격은 2006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이때 이미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너무 컸고, 공시가격과 시세의 간극을 급격히 좁히면 세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서서히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현실적으로 국토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납세자들의 저항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얘기만 나오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습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과세 목적을 제외하고도 건강보험료 산정 등 61개 행정목적에 쓰이기 때문에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설명만 반복했는데요.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자 정부는 ‘떠밀리듯’ 공시가격 현실화를 꺼내든 것입니다.

◆ 관련기사

▶‘공시가격 올라 종부세 대폭 상향 못한다’는 기재부의 변명

▶공시가격 현실화 위해 ‘시세반영률’ 첫 도입…개선안 빠져 ‘맹탕’

경향신문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공시가격 변동 추이 |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대상은 ‘집값 급등 지역’

정부의 설명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공시가격이 도입될 당시 공시가격과 시세를 비교해보면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위 표는 서울 강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재건축아파트인 ㄱ아파트(76.79㎡) 공시가격 변화 추이를 보여줍니다.

공시가격이 도입된 2006년 1월1일자 ㄱ아파트 공시가격은 5억6400만원입니다. 2006년도 공시가격은 2005년 1월에서 12월 사이 시세를 반영합니다. 2005년 12월 ㄱ아파트 시세는 8억원선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2005년 시세를 8억원으로 설정한 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계산한 시세반영률은 70.5%입니다. 반면 2018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ㄱ이파트의 시세반영률이 60.8%입니다. 오히려 공시가격 도입 초기 공시가격이 시세를 충분하게 반영했던 셈입니다.

다시 위 표를 보면 공시가격은 시세의 상승분만이 아니라 하락분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ㄱ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06년 5억6400만원에서 이듬해 8억800만원으로 올랐다 다시 2008년과 2009년 각각 7억8000만원, 6억원으로 하락합니다. ㄱ아파트는 2006년 12월 11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가 2008년 8억~9억원 사이로 시세가 떨어졌습니다. 공시가격이 시세 하락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셈인데요. 시세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는 ㄱ아파트의 공시가격 추이만 보더라도 미래의 가격 하락분을 염려하는 국토부 관료의 설명은 지나친 기우임이 드러납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ㄱ아파트(76.79㎡) 시세는 18억원선입니다. 지난해 시세를 반영한 2018년 1월1일자 공시가격은 층별로 차이는 있지만 9억원 안팎입니다. ㄱ아파트의 시세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정부가 암묵적 목표치로 잡고 있는 ‘시세반영률 70%’가 되려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최소 12억6000만원이 되어야 합니다.

ㄱ아파트처럼 올해 집값이 급등했다면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 3억원 넘게 상승한 점과 보유세 상승분을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ㄱ아파트(76.79㎡) 1주택자를 가정하면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259만원에서 내년도 434만원으로 175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 고령자 특별공제(만 60세 이상) 등을 적용받으면 보유세 납부분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 관련기사

▶‘집값 급등 지역’ 내년 공시가격 크게 오를 듯

▶정부, 시세 상승분 ‘공시가격’에 반영키로···집값담합도 적극 대응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도 공시가격은 무조건 오른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공시가격의 일률적 인상이 아닙니라 ‘공시가격 현실화’입니다. 집값이 대폭 오르지 않았거나, 그동안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70% 선에서 유지됐던 주택 보유자라면 공시가격 인상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는 고가 주택 보유자나 집값 급등 지역의 주택 보유자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의 걸림돌로 꼽힌 건강보험료 산정 등 61개 행정목적과 연동도 연내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건강보험료가 오르거나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일부 행정목적에는 공시가격 상승분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정부는 언제든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의 이유로 조세 형평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향한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제외한 세제 담당 기획재정부, 지방세 소관부처 행정안전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보건복지부 모두 공시가격 현실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10월부터는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에서 올해 주택 시세 분석에 들어갑니다. 감정원에서 분석한 시세를 기반으로 2019년 1월1일자 공시가격이 산정되는데요. 정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 관련기사

▶급등한 집값 공시가 현실화 땐, 건보료 등 ‘할인율 적용’ 검토

▶공시가격 현실화 시작부터 ‘부처 간 칸막이’ 반복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