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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성우대? 여성우대?…양 갈래 '편파판결 성토대회' 내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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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6일 '불편한용기' 5차 시위, 27일 '당당위' 첫 집회 예고

연합뉴스


여성이 주축을 이룬 '불편한 용기'의 5차 시위 포스터(왼쪽)와 남성이 주축을 이룬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카페 배경화면. 2018.9.25. [각 단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최근 일련의 남성우대 편파판결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에 다가오는 5차 시위에서는 편파판결에 의제를 집중하려 합니다."('불편한 용기' 공지글)

"그간 억눌려왔던 목소리가 융화돼 점점 커다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배드림' 성추행 사건에서 사법부의 유죄추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유사사례에 대한 사법부의 각성을 요구합니다."('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공지글)

10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여성들이,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남성들이 주축을 이룬 단체가 각각 사법부의 성범죄 판결이 부당하다고 성토하는 집회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다.

전자는 지난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불편한 용기', 후자는 지난해 11월 부산 곰탕집에서 남편이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써 구속됐다고 주장한 청와대 청원 글을 계기로 만들어진 '당당위'다.

'불편한 용기'는 다음 달 6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모인다고 공지했다. '당당위'는 같은 달 27일로 첫 집회 날짜만 공개한 채 경찰에 제출할 집회신고서 작성을 위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불편한 용기' 측은 한국 사회가 방관해오던 불법촬영 사건에서 남성이 피해자가 되자 경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했다고 규탄하며 집회를 4차례 개최해 왔다. 이번 집회에서는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받은 남성 사례를 들며 사법부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당위'는 사법부가 여성의 주장만 받아들여 치우친 판결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당위' 운영진은 성(性) 대결로 비화하지 않으려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지만, 이들의 주장하는 바는 억울한 남성이 많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자, A씨의 아내가 억울하다며 올린 글이 보배드림 등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이후 '당당위'가 꾸려졌다.

실명을 밝힌 '당당위' 운영진은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추정의 원칙이 되었고, 억울한 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법정 증거주의는 판사 편의를 위한 자유 심증주의로 바뀌었다"며 "의심스럽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하라는 법언은 사람을 가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명예가 실추된 무고 피해 사례들을 언급하며 "사법부가 각성해야 하며 일어나지 않는다면 일어날 때까지 소리 질러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에 이어 남성을 주축으로 하는 단체가 꾸려져 사법부를 비판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올해 초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쌓여온 남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친밀성의 공간'에서 통용되던 수칙이 과거와 상당히 달라지다 보니 남성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적어도 예측할 수 있는 행동수칙을 제시해달라는 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남성들이 사법부의 판단에 집단으로 반발하는 데에는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되고, 저렇게 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행동수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곰탕집 강제추행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꽃뱀 서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 많은 남성이 주목하고 이슈화하는 기저에는 미투 운동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윤김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몇백년, 몇천년간 남성들이 누려온 특권 중 일부가 무너지는 것 같으니 두려움이 발현한 것"이라며 "이러한 남성들의 움직임을 여성주의운동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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