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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올겨울, 롱패딩 사야 할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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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등골 브레이커’ 잇는 새로운 유행 아이템

지난해 추위 탓 없어서 못팔 정도 ‘완판’

여름 불황 의류업계 7월부터 롱패딩 판매

“유행 끝물” vs “한동안 더 간다” 팽팽

가격 꼼꼼하게 따지는 합리적 소비해야


한겨레

네파 롱패딩. 네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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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추석 연휴에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한겨레>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이정국 기자라고 합니다. 유통부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통이란 분야가 워낙 넓어서, 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 같은 유통 채널부터 식음료·패션·화장품 기업을 비롯해 호텔 산업 등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가 취재 영역입니다. 챙겨야 하는 기업이 너무 많아 난감해하고 있는데 한 선배 기자가 “사람이 돈 주고 사는 것은 전부 유통이다”라고 해서 더욱 좌절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만큼 영역이 넓다는 얘기겠지요.

아무튼 추석을 맞아 독자 여러분께 한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야겠습니다. 독자이기 전에 다들 소비자이니 굉장히 현실적인 고민일 겁니다. 바로 롱패딩입니다. 롱패딩 다들 아시지요? 무릎까지(또는 더 밑으로) 내려오는 긴 오리털 파카 말입니다. 역대급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해 겨울 롱패딩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대박이 난 패션 상품입니다. 특히 악화 일로를 걷던 아웃도어 업계는 롱패딩 때문에 기사회생했다는 얘기마저 나왔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갖고 계실 것입니다.

문제는 아직 롱패딩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올해 겨울을 대비해 롱패딩을 사시겠습니까? 롱패딩은 아무리 싸도 10만원대부터 시작하고, 비싸면 40~50만원, 일부 고급 제품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의류 가운데서도 최고가 제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도 아직 롱패딩이 없습니다. 저의 고민이기도 해 의류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필요하다면, 사라”입니다. 애매하지요?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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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롱패딩. 휠라코리아 제공


우선, 어떻게 롱패딩이 유행하게 됐는지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겨울철 오리털 파카가 인기를 끈 것은 꽤 오래된 일입니다. ‘등골 브레이커’라고 아시지요? 노스페이스의 오리털 파카를 말합니다. 2011년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리털 파커가 유행을 끌자 부모들의 허리가 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지요. 당시 오리털 파카 가격으로 학생들의 계급을 나누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졌습니다.

혹시 요즘 이 옷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거의 찾기 힘들 겁니다. 패션 업계에는 “요즘 등골 브레이커는 아버지들이 뒷산 갈 때 입고 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유행이 지난 탓에 아이들이 입지 않자 버릴 수는 없어 아버지들이 대신 입기 시작했다는 거죠.

패션 업계에선 한 아이템이 순식간에 인기가 올라가면 매출에 도움이 돼 좋긴 하지만, 그 인기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꾸준하게 매출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자, 이제 롱패딩 얘기로 돌아오죠. 롱패딩도 처음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기의 근원지는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입니다. 롱패딩은 애초 ‘벤치워머’라고 부르는 스포츠 후보 선수들이 벤치에서 대기할 때 주로 입는 옷이었습니다. 시작은 아이스하키 같은 겨울 스포츠에서 시작됐다고 하네요. 일종의 체온 보호용으로, 일상복이 아닌 스포츠 의류인 셈이지요.

하지만 스포츠뿐만 아니라, 이 롱패딩을 즐겨 입던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방송과 영화 산업 쪽입니다. 긴 시간 동안 야외 촬영이 많은 특성상 감독과 스태프는 물론이고, 대기 시간이 많은 배우들이 애용했습니다.

‘셀럽’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롱패딩을 즐겨 입자, 스포츠 의류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협찬을 하기 시작합니다. 협찬을 받은 연예인들은 SNS에 인증샷을 올렸죠. 이른바 ‘인플루언서 마케팅’입니다.

좋아하는 스타가 롱패딩을 입으니 자연스럽게 10대 사이에서 롱패딩 인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진 ‘찻잔 속의 태풍’이었죠. 폭발적으로 롱패딩이 팔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날씨’ 탓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닥친 한파는 성인들도 롱패딩을 사게 만들었습니다. 올 여름 더위가 에어컨을 사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밤샘 대기를 하는 정도까지 사람이 몰린 ‘평창 롱패딩’ 기억하시죠? 심지어 이 상품을 기획한 팀은 롯데 사내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그만큼 구매 대기자가 많았던 것이죠.

한파는 쉬 물러가지 않고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역대 가장 추운 겨울올림픽이란 뒷말도 만들어 낼 정도였죠. 롱패딩 열풍엔 한파가 한몫을 단단히 한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변수가 있지만, “날씨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의류 업계 정설입니다.

지난 겨울 재미를 쏠쏠하게 본 의류 업계는 지난 7월부터 롱패딩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일찍 시작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여름은 의류 업계 비수기입니다. 값이 싼 반팔 티셔츠가 주력 제품인데, 매출이 오를 리가 없죠. ‘래쉬가드’ 같은 여름 히트상품이 나와줘야 겨우 현상 유지가 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너무 더운 나머지, 얇은 옷 외에는 팔리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의류업체들이 한발 빨리 롱패딩 마케팅에 나선 것도 하락한 여름 매출을 만회하려는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 변수가 여기서도 작용했습니다. 아무리 ‘북극에서 에어컨 팔고, 가뭄에 우산 파는 게 장사’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보기만 해도 더운 롱패딩을 살 리가 없었습니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거죠. 일찍 시작한 롱패딩 마케팅은 재미를 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 의류 업체 관계자는 “롱패딩 특수를 노린 업체들이 사전 제작을 많이 한 상태인데, 너무나 더운 나머지 실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량을 많이 받아 놓은 상태인데, 판매량은 저조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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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오 롱패딩. 스파오 제공


현재 롱패딩 마케팅을 가장 공격적으로 하는 곳은 아웃도어 업계입니다. 최근 불황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이기도 하지요. 반면 아웃도어 외의 일반 패션 브랜드들은 롱패딩에서 슬슬 발을 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업체마다 발표된 올 가을·겨울(F/W) 상품을 보면 롱패딩을 내세우지 않는 곳이 꽤 됩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롱패딩은 올해가 끝물이다”고 말했습니다. 인기가 서서히 올라간 것이 아니고 ‘등골 브레이커’처럼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에 인기가 꺼지는 것도 금방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롱패딩의 인기는 살아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웃도어 의류업계 관계자는 “롱패딩 열풍이 쉬 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한동안 유행이 이어질 것이다. 올해 제품은 디테일을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이 개선돼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업체마다 물량을 많이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향후 경쟁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사는 게 이득이란 주장입니다.

날씨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이르다는 말도 나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유행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롱패딩을 살 것이란 얘기지요.

“필요하면 사라”라는 말이 나온 이유기도 합니다. 롱패딩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추가 구매는 되도록 자제하고, 롱패딩이 없을 경우 신중하게 구매하란 의미입니다. 유행을 좇아 무턱대고 샀다간 입지 못하는 ‘등골 브레이커’의 운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올해는 화려한 색상보단 화이트, 그레이, 블랙 등 자연스러운 색감이 유행일 거라고 합니다. 이른바 추운 겨울 도시를 연상케 하는 ‘어반 컬러’라고 하네요. 그래야 유행을 덜 타기 때문이겠지요.

롱패딩이 필요하신 소비자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과 가격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스마트한 소비’가 후회도 적은 법이니까요.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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