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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지하철서 다리 '쩌어억'…옆사람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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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대중교통 좁은 좌석, '쩍벌남·쩍벌녀' 민폐…"다리 오므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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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다리를 쫙 벌리고 앉은 승객. 반면 옆 좌석 승객은 다리를 오므리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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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씨(25)는 지하철서 빈 좌석을 보면 옆 자리에 앉은 사람 다리를 본다. 혹시 쩍 벌리고 앉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 이른바 '쩍벌남·쩍벌녀(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녀 승객)'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들 옆에 앉으면 자리가 몹시 비좁아 오히려 서서 가는 게 더 편할 지경이다. 이씨는 "누군가 다리를 편하게 벌리면 누군가는 옴짝달싹 못하고 오므려야 하는데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중교통 대표 민폐 승객 '쩍벌남·쩍벌녀'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조어가 2000년대 중반 등장해 10년이 다 돼도록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2015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논쟁거리다.

머니투데이가 17~21일 서울 지하철·버스 승객들의 앉은 모습을 살펴본 결과 '쩍벌남·녀' 다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옆 자리 승객 불편함은 아랑곳 않고 편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비율로 따지면 쩍벌남이 쩍벌녀보다 더 많았다. 발견한 '쩍벌남·녀' 52명 중 49명(94%)이 쩍벌남이었고, 나머지 3명(6%)이 쩍벌녀였다.

이들은 다리를 쫙 벌리고 앉은 것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댔다. 송모씨(54)는 "그냥 편해서 별 생각 없이 앉았다"고 했고, 익명을 요구한 승객은 "신체 구조 상 다리를 벌리고 앉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다수는 "옆 자리 승객이 불편할 줄 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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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쩍벌남·녀' 옆에 앉은 승객들은 불편함을 감내하는 모습이었다. 주부 최모씨(34)는 "다리가 닿는 것도 불편할 뿐 아니라, 자리가 비좁아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항의하지 않고 참는다. 직장인 김정수씨(36)는 "불화가 생길까봐 그냥 참는 편"이라고 말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쩍벌남'이란 단어는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다.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자의 준말로, 다른 자리를 침범해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2015년 알바몬이 대학생 1826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꼴불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쩍벌남'(7%)이 꼽히기도 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골칫거리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버스회사 EMT는 다리를 쫙 벌리고 앉은 남성 승객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판을 운행하는 모든 버스에 부착했다. 한 자리만을 차지하는 좌석 예절을 촉구하겠다는 취지다.

인도 비스타라 항공은 여성 승객에게 중간 좌석을 배정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쩍벌남(Manspreading)'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서비스다.

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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