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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IFA올해의 선수]모드리치, 유럽 화약고서 크로아티아 동화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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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크로아티아 준우승 견인

11년 만에 메시+호날두 시대 종식

한국 기성용-김판곤도 모드리치에 투표

어릴적 전쟁 이겨낸 발칸반도 크루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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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준우승을 이끈 모드리치가 25일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모드리치 인스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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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준우승을 이끈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모드리치는 25일 영국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2018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에서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모드리치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 투표에서 29.05%를 획득, 최종후보 3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19.08%)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1.23%)을 제쳤다. 한국 주장이었던 기성용(뉴캐슬)과 감독 대신 투표한 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장도 모드리치를 1순위로 뽑았다.

1991년 제정된 FIFA 올해의 선수는 2010년부터 발롱도르(프랑스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 선정)와 합쳤다가 2016년 분리됐다. 2008년부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호날두가 각각 5회씩 양분했는데, 모드리치가 11년 만에 ‘메날두 시대’를 종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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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에서 기적같은 크로아티아 동화를 이끈 모드리치. [모드리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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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리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기적같은 크로아티아의 동화를 집필했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크로아티아 인구는 416만명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4분의 1이다. 크로아티아는 대회 슬로건 ‘작은 나라 큰 꿈(Small country Big dreams)’을 현실에서 이뤄냈다.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 16강전, 러시아와 8강전, 잉글랜드와 4강전까지 3연속 연장 혈투를 펼쳤다. 체력이 바닥났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프랑스와 결승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했다.

크로아티아 투혼 축구의 ‘정신적 지주’는 모드리치였다. ‘캡틴’이자 중앙 미드필더인 그는 잉글랜드를 꺾은 뒤 “영국 언론이 크로아티아를 얕잡아 봤다. 우리는 ‘좋아! 오늘 밤 지치는 쪽이 누가 될지 보자’고 생각했다. 크로아티아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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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모드리치 모습. [영국 더 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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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리치는 키 1m72㎝, 몸무게 66㎏의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호날두처럼 근육질도 아니고, 노랑 단발머리에 몸도 여리여리한 편이다. 국내 팬들은 ‘모 언니’ ‘모 공주’라 부를 정도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튼튼하다. 어린시절을 유럽의 화약고에서 보냈다. 모드리치가 6세이던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때 그의 할아버지는 세르비아 반군에게 총으로 사살당했다.

집이 불에타 고향을 떠나 싸구려 호텔을 전전했다. 호텔 근처는 총성이 빗발쳤지만, 모드리치는 담대하게 호텔 주차장에서 드리블 연습을 했다. 그는 “전쟁이 크로아티아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우린 쉽게 깨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체육관에서 석 달 간 근력 운동을 하다가 포기했던 모드리치는 “(공군 출신) 아버지로부터 강한 다리를 물려받았다. 축구는 힘과 체격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던 것처럼 그라운드에서도 끈질기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를 이끌었던 고(故) 요한 크루이프처럼 창의적인 패스를 한다 해서 ‘발칸반도의 크루이프’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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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리치 아내와 아들, 두명의 딸. 모드리치는 축구장 밖에서는 가족만 생각한다. [모드리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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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리치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선 현란한 드리블 끝에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환상적인 골을 터트리는 등 2골-1도움을 기록했다.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모드리치는 “내 인생 최고의 시즌이다. 이 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레알 마드리드와 크로아티아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라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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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에서 프랑스 우승을 이끈 데샹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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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의 감독상에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우승을 이끈 디디에 데샹 감독이 뽑혔다. 신인왕격인 영플레이어에는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이 선정됐다.

FIFA-FIFro 월드 베스트 11에는 공격수 호날두·메시·음바페, 미드필더 에덴 아자르(첼시)·모드리치·응골로 캉테(첼시), 수비수 마르셀루·세르히오 라모스·라파엘 바란(이상 레알 마드리드), 다니 아우베스(파리 생제르맹),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티이드)가 이름을 올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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