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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OO페이’ 시장 커지면서… 얇아지는 소비자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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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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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혼자 운영하고 있는 박정수(29)씨는 올해 8월 초부터 가게 운영이 한층 수월해졌다. 직접 잔돈이나 카드를 만지지 않아도 되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박씨는 “주문을 받은 뒤 장갑을 끼고 아이스크림을 담고 다시 장갑을 벗고 결제까지 하는 과정을 반복했었는데, 손님이 몰릴 때는 이 과정이 버거워 밀릴 때가 많았다”면서 “고객이 스스로 결제한 후 눈으로 내역만 확인하면 되는 카카오페이 QR결제를 도입한 뒤 확실히 효율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민들의 주머니는 얇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간편결제 서비스는 하루 평균 363만건(1,17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오프라인 비중은 60.2%로 전 분기보다 4.7%포인트 늘었다.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QR결제는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가맹점 10만 곳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가 택한 QR코드 간편결제 시스템은 약 1.8~2.3%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판매자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채원(29)씨는 “QR결제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내역 관리가 쉬워 매우 편리하다”면서 “미리 잔돈을 준비하고 따로 매출 장부를 기입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에서도 지문이나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도 순식간에 결제 또는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이미 월 거래액이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상태다. 대학생 정진아(24)씨는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이 생긴 뒤에는 현금이 없어도 길거리 트럭이나 좌판에서 파는 과일 등을 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면서 “인터넷 쇼핑몰도 대부분 카카오페이 기능을 지원해 최근에는 아예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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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무서운 속도로 온ㆍ오프라인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가면서 경쟁사들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절대강자’ 삼성페이는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보다 많은 온ㆍ오프라인 가맹점을 보유한 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제휴를 맺었다.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페이코 입장에서는 삼성페이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결제 범용성을 자동으로 확보하면서 기존 제공하던 바코드와 NFC(근거리무선통신), QR결제에 더해 MST(마그네틱 보안 통신) 결제방식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결제 시장에 집중하던 네이버페이는 연내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등 정부에서도 ‘제로페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공표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 간편결제 업계는 오프라인 페이 시장 자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원 예산을 투입해 홍보에 대신 나서주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민간업체들이 제로페이 확산에 얼마나 참여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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