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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맥주의 나라' 독일…망해가는 맥주사업 살리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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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년간 국내 맥주 수요 25% 하락…독일 탑5 브랜드 합쳐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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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회사 '벨틴스'의 양조장서 한 직원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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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맥주 사업이 기울고 있다. 독일 내 맥주 수요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국제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맥주 브랜드인 홀스텐은 이번 여름 함부르크에 있는 자사 양조장 직원의 20%를 정리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르슈타이너도 전체 직원의 16%를 2~3년 내로 정리해고하겠다고 올 초 선언했다.

'맥주 도시'로 유명했던 도르트문트시의 경우 사태는 더 심각하다. 한때 맥주 브랜드만 8개가 자리 잡아 독일 전체 맥주 생산량의 10%를 담당했지만, 현재는 독일 최대 주류업체인 '라데베르그'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맥주 시장은 전 세계서 5번째로 큰 시장이다. 맥주 브랜드만 6000여 개에 달하지만 오랜 기간 부진을 겪고 있다. 국내 맥주 수요가 1976년 최대치를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독일 맥주의 국내 소비는 25%가량 하락했다.

독일 맥주회사 크롬바커의 우에 라이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시대가 바뀌었다"며 "현재 44세는 20년 전 44세가 마시던 양보다 적게 마신다"고 하락의 이유를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맥주를 포함한 주류 소비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독일 역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 속 맥주 애호가들만 웃고 있다. 생산과잉이 이어지면서 맥주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의 3분의 2가 세일 중이다. 홀게르 아이켈레 독일양조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맥주 산업은 정리 단계에 돌입했다"며 "더 안 좋은 소식들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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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맥주 페스티벌 '옥토버페스트'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독일 뮌헨서 열린다. 사진은 2018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맥주잔을 공개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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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이 수축하는 가운데 독일 맥주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롬바커는 독일 내 1위 브랜드이지만 전체 생산량의 4%만 수출한다. 크롬바커를 포함한 독일 최대 맥주사 5개를 전부 합쳐도 전 세계 맥주 시장 점유율의 2%에 불과하다. 하이네켄(네덜란드), 안호이저-부시인베브(벨기에), 칼스버그(덴마크) 등 인접 유럽국가들의 맥주 브랜드가 이미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FT는 "독일 맥주 기업들이 국내 상황에 너무 안주해왔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들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서 확장의 한계를 느껴 196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왔지만, 독일 맥주 기업은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왔다. 그동안 내수시장만 유지해도 회사 경영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독일이 통일되면서 구동독 지역이 새 시장으로 떠올랐고 이에 해외 시장 진출은 더욱 미뤄졌다. 결국, 현재 글로벌 맥주 1위 기업인 안호이저의 기업가치는 크롬바커의 100배에 달한다.

대기업의 부진 속 소규모 양조장이 우수한 품질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설된 소규모 맥주 브랜드만 100개가 넘는다. 이들의 전략은 '빠르게 확장하지 않기'다. 맥주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소규모 맥주 브랜드 '로트하우스'는 부채 없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크리스티안 라흐 로트하우스 CEO는 "우리는 항상 조금씩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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