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자사고 없앤다더니…대입개편에 오히려 높아진 인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지역 21개 자사고 입시 요강 발표

'자사고 폐지' 정책에도 '인기 상승' 전망

학생·학부모 "대입개편 겹쳐 혼란 가중"

중앙일보

종로학원이 서울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개최한 입시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15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몰렸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중3이 치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 요강이 잇따라 공개됐다. 24일 각 자사고와 사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21개 지역 자사고는 올해 8082명(정원내)을 선발한다. 지난해는 22개교 8502명을 모집했던 것에 비해 420명이 줄었다. 지난해까지 자사고였던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1개교가 줄어든 결과다.

교육부·교육청이 계속해서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다수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자사고 경쟁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올부터 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자사고 경쟁률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올해는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동시 지원해도 학교 배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달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내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의 비중이 최소 30%로 늘어난다. 올해 정시 선발 비율은 23.6%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정시 전형 선발 인원이 늘었다는 것은 수험생들이 내신 관리보다 수능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문이 넓어졌다는 의미”라며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해 학생·학부모들은 내신 관리가 용이한 일반고보다 면학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올 중3부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전형이 일반고와 동시에 치러지고, 이들 학교와 일반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연합뉴스]


개편안에는 수능과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춘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계 방식도 EBS의 본문과 문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직접 연계가 아닌, 간접 연계로 바뀐다. 서울 강남의 한 자사고 진학담당 교사는 “지금처럼 단순히 EBS 문제집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해선 안되고 개념과 원리에 대해 탄탄하게 학습해야 한다”면서 “교사들의 실력과 열정이 검증된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반고보다는 자사고를 택할 가능성이 높고 대입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대입을 위해서라면 굳이 자사고에 진학하는 게 유리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입시 컨설팅 업체인 스터디홀릭의 강명규 대표는 “달라진 대입에서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여전히 내신”이라며 “자사고에 진학해 내신성적 4등급 이하로 밀려나느니, 일반고에서 2등급 이내를 유지하는 대입 전략상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시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70%에 가까운 인원을 수시로 선발하는만큼 대입에서 수능보다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일반고 진학이 대입에 유리한 이유는 ‘학생부 간소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올 중3부터는 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기재 항목 중 수상 실적을 한 학기당 1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강 대표는 “대학이 학생부의 수상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내용은 ‘교과우수상’과 ‘교내 교과목 경시대회’ 결과”라며 “이는 결국 내신 성적과 동일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교에서 교과우수상은 과목당 상위 4% 이내(1등급)인 학생에 한해 수여한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일부 특목·자사고 학생 가운데, 충실하고 질 좋은 학생부 기록으로 낮은 내신 성적을 만회해 상위권 대학 입학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며 “현 중3부터는 학생부의 기록 간소화 때문에 내신 성적을 비교과 항목으로 만회하는 경우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교육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의 주요내용.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학생·학부모들은 “교육정책이 계속 달라지니 실험쥐가 된 것 같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고1와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미(45·서울 양천구)씨는 “두 아이가 연년생인데 대입과 고입이 전혀 달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12월에 치르는 고입에서 자사고와 일반고를 같이 지원할 생각”이라며 ”원래 일반고에 보낼 생각이었지만 대입개편까지 겹쳐 좀더 유리한 고교가 어디일지 마지막까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후기고 전형으로 바뀐 올해 서울지역 자사고의 학교별 원서접수 기간은 12월 10~12일이다. 경문고·숭문고·장훈고 등 3개교는 12월 14일 공개추첨으로 입학자를 정한다. 중동고·휘문고 등 18개교의 1단계전형 추첨도 같은 날 진행된다. 이들 학교의 2단계 면접은 12월 29일이고 합격자는 내년 1월 4일 발표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