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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유승민, 바른미래당서 마음 떴다"…한국당 유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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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차기주자 집중분석]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1위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3개월째 말이 없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본회의와 소속 상임위 참석 외에는 공개 행보도 자제하고 있다.

'잠행' 중임에도 그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유 의원은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1위(13.5%)를 차지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11.9%)와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6.2%), 같은 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7.8%)보다도 훨씬 앞섰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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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7일 대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유 후보가 지지자들이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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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승민일까.

당장 ‘개혁보수’를 대표할 주자가 그 외 마땅치 않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가 돼야 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해 청와대에 반기를 든 장면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이 연설은 그를 대권 주자로 부상시켰지만, 반대로 “배신의 정치”라는 굴레에 가두기도 했다. 3년이 지났지만 ‘할 말은 하는 개혁보수’ 이미지는 여전하다.

경제 전문가에 대한 대중의 욕구도 그에겐 기회다. 유 의원은 19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후보 중 제가 유일한 경제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국책연구원 경력을 가진 유 의원에 대해선 다른 대선 후보보다 경제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결국 그 수혜자는 유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유 의원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이 당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은) 안철수와 당을 합쳐 스스로 개혁보수 이미지를 흐린 것을 자책하고 있다"며 “국민의당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서는 가급적 공식 행사에는 얼굴도 안 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바른정당계 당직자 18명이 대거 당을 떠나게 되자, 유 의원은 측근 의원에게 “일 제일 잘하던 사람들을 그렇게 내보냈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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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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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유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떠날지는 미지수다. 명분을 중시하는 그의 성격상 쉽사리 운신하기란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당은 손학규 대표 선출 후 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유승민 행보의 변수는 오히려 자유한국당이다. 김병준호는 최근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 과거 냉전 보수와는 다른 깃발을 들 참이다. 유 의원의 '개혁 보수'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비대위 핵심관계자는 “당협위원장 교체 등 연말쯤 가시적인 당의 혁신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유승민도 우리 당으로 올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내년 전당대회 때 유승민까지 참여하는 '범보수 통합 전대'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적당한 타협 대신 근본적 변화를 이뤄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까지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유 의원의 차기 대선 재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당 안팎에 '유승민 사람'이 별로 없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 중에 유승민과 수시로 만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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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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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그럴듯했지, 개혁보수의 실체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 의원에 대해 "외부에서 혼자 떠돌지 말고 적과 손을 맞잡는 YS식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한국당에 다시 들어가거나, 아니면 TK에서 새로운 보수의 전형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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