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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단독인터뷰] '킬의 축구도사' 이재성, "꿈 찾아온 독일, 즐거운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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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킬(독일), 권민정 통신원·한준 기자]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에게는 매 경기가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의 고민은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어려운 경쟁을 벌이며 경기 감각에 문제를 겪은 것이다. 그래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유럽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2018-19시즌에는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혀온 이재성(26, 홀슈타인킬)이 독일로 향했다. 프리미어리그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취업비자 문제에 발목 잡힌 이재성은 일단 나가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독일 2.분데스리가(2부리그) 입성을 택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유럽 도전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

이재성이 입단하기 전까지 이름도 생소했던 티 홀슈타인킬은 이재성에게 부와 명예를 보장한 팀은 아니다. 당장 이재성에게 더 큰 돈을 제시했던 아시아 팀도 있었고, 전북에서 이재성은 아시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재성이 보장된 출전시간과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낮은 곳부터 도전하기로 한 것은 '꿈'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명예, 돈, 인기 등 성공에 대한 기준은 다른 것 같아요. 우리 가족들은 미래를 선택할 때 무엇보다 저의 꿈을 펼치기 바랐어요."

이제 겨우 독일에 온 지 한 달. 이재성은 이미 본인의 이름을 새기는 유니폼 마킹지와 선수 엽서가 매치데이에 다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고, 킬 시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느끼게 됐다. 홀슈타인 유소년 선수들이 가장 선망하는 선수, 유소년 선수들의 학부모들도 킬에 오래남길 염원하는 '축구도사'.

생애 첫 유럽 생활. 스포티비뉴스가 추석을 맞아 새로운 꿈을 향해 내달리는 이재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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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독일 킬 현지에서 진행한 이재성과 단독 인터뷰 전문.

-한 달 만에 킬 팬들의 마음을 얻었다. 홀슈타인 유소년 선수들도 관심이 많더라. 피부로 이런 관심과 기대가 느껴지나?
확실히 훈련장이나 경기장에 오는 팬들, 어린 팬들 등 많은 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 대해 확실히 느끼고 있고요. 제 유니폼도 많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니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되어요. 너무나 감사하고, 그 부분이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경기 때 태극기가 나부끼는 걸 보면 나라를 위해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해요. 이곳에서는 저로 인해 우리나라가 평가를 받게 되는 거니까 더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킬 선수단이나 팬분들이나 너무나 잘해주고 있어서 이곳에서 행복하게 축구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팬들이 많았지만, 외국 팬들이 응원해주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직접 느껴보니 어떤가?
여기 팬분들은 적극적으로 다가오셔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금방 친해졌어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킬 팬 분들이 서툰 한국어로 편지를 써서 보내주실 때가 있어요. 읽어보면 번역기를 돌려서 쓴 거 같은데, 그렇게까지해서라도 직접 한국어를 써서 보내주시는 거 보면 감동이에요.

-킬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생활은 어떤가? 쉬는 시간에 주로 어떻게 지내나?
킬은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라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이 저랑은 잘 맞아요. 한국에서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산책도 할 수 있고요. 집 앞이 바닷가라서 주로 바닷가 쪽 산책로를 걷는 편이에요.

-여기도 맛있는 음식이 있나?
저는 여기서 다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스테이크가 맛있어서 자주 먹어요. 그래도 친형이 직접 해주는 게 제일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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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기 돌려 한국어로 팬레터 써온 킬 현지 팬들
■ "경기장에 나부끼는 태극기 보며 나라를 위한 사명감이 들어요."
■ 독일 탈락 시킨 한국, 동료 선수 "한국이 더 잘하는 나라니 돌아가라"

-팀 동료들과 독일 대표팀 탈락시킨 얘기도 나눈적 있는지?
월드컵 독일전은 제가 먼저 말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동료 선수들이 너희 나라가 잘하니까 다시 돌아가라고 농담하기도 하고요(웃음) 이제는 그런 농담까지 할 정도로 편해지고 친해진 것 같아요.

-가장 친한 동료? 독일 선수들도 같이 회식도 하나?
일본 선수가 와서 그 친구랑도 친하고 26번 요나스 선수랑도 친해요. 저랑 비슷하게 이적했거든요. 여기도 회식을 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끼리 월마다 따로 돈을 걷는데 곧 할 것 같아요.

-외국어 공부는 어떤가?
구단에서 독일어 선생님을 구해주셔서 주 2회 수업을 듣고, 2주에 1번씩 따로 보충수업을 듣고요. 대표팀에서 (손)흥민이에게 발음 같은 거 한 번씩 물어보긴 했는데 독일어는 원래 어렵대요(웃음)

-현지 적응, 향수병 문제 등도 중요한 데 형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형은 큰 힘이 되고 있어요. 형이랑 함께 지내면서 다 챙겨주고 있으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요. 제 생각 이상으로 더 적응에 도움을 주는 가장 큰 존재예요. 형도 미국서 유학생활을 오래 해서 통역, 요리, 운전, 빨래 등 못하는 게 없어요. 저에 대해선 냉정한 형이라서 제가 안주할 수 없게 조언이나 충고도 잘해주고요.

-추석인데 명절 음식도 먹었나?
한국 유학생 분이 추석이라고 갈비찜을 챙겨주셔서 오늘은 갈비찜 엄청나게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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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학했던 형과 함께…요리, 통역, 운전에 빨래까지
■ 한국 유학생의 갈비찜 선물 "추석 음식 먹었어요"
■ 이재성의 독일 적응 돕는 형 이재혁(34)씨의 헌신

-유럽 진출을 위한 여러 기회가 있었다. 2부리그라는 점은 고민이 되기도 했을 것 같다. 오히려 밖에서 봤을 땐 홀슈타인에 배우러 온 것보다 본인이 가르쳐주는 입장이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팀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제가 배우는 게 많아요.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선수니까요. K리그에서 많은 걸 이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지나간 과거에요. 더 넓은 세계에서 성장하고 싶었어요.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그래서 이곳에 온 거고요.

최강희 감독님의 믿음과 배려 덕에 전북이라는 좋은 팀에서 뛸 수 있었고 훌륭한 선수들 덕에 성장했던 것 같은데 킬도 그래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노력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명예, 돈, 인기 등 성공에 대한 기준은 다른 것 같아요. 우리 가족들은 미래를 선택할 때 무엇보다 저의 꿈을 펼치기 바랐어요. 저도 그렇기 때문에 이적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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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2부 킬 택한 이유 "더 넓은 세계에서 성장하고 싶었다"
■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꿈을 펼치기 바랐다"
■ "여기 오니 축구가 어렵구나. 즐거운 스트레스"

-월드컵이나 폴란드 원정 당시 아시아 무대에선 겪어보지 못한 피지컬 차이를 겪었다. 독일에 와서 이 문제를 극복할 힌트를 찾고 있나?
제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못 보여주는 것 같아 이곳에 오니 축구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렇지만 그건 즐거운 스트레스에요. 데뷔전이었던 함부르크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하는데, 그걸 풀어가는 게 제 과제인 거죠. 그러면서 성장하게 될 테니까요.

지금도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음을 느끼지만, 한국과 다르게 이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고민하고, 그러면서 돌파구를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그게 제 숙제인 거죠.

-지금은 꾸준히 뛰지만 유럽 진출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출전 기회 부분이다. 이청용에게 어떤 조언을 들었나?
(이)청용이형도 그렇고, 유럽에 먼저 진출한 형들이 감독님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팀의 감독님이 너무나 신뢰하고 있어요. 이 신뢰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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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9시즌 목표와 아시안컵에 대한 각오는?
볼을 쉽게 잃지 않고 연결고리 역할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공격적인 부분에서 제가 직접 해결하는 걸 원하기도 하고 공격포인트를 높이는 것도 제 목표에요.

부상을 당하지 않고 한 시즌을 잘 보내고 싶고요, 공격 포인트도 많이 올려서 팀의 승격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이번 아시안컵은 대한민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인 것 같아요.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우승컵을 들고 웃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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