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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달 남은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득보다 실 많다”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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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뒤면 한국형발사체에 탑재되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엔진의 시험발사가 이뤄진다. 3차례 도전 끝에 2013년 1월 30일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이후 국내에서 우주로켓이 발사되는 건 5년 9개월만이다. 201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총 3단계 사업으로 착수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의 중요한 관문이자 첫 번째 시험무대다.

발사일이 가까울수록 커지는 기대만큼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나 발사 당일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최종 완성될 독자 개발 최초 우주로켓인 한국형발사체와 10월 발사되는 시험발사체를 혼동하는 일이 이미 생겼다는 우려다. 10월 시험발사가 자칫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형발사체에 탑재되는 엔진 1기를 테스트하는 발사를 앞두고 한국형발사체 명칭 공모 선정 결과인 ‘누리호’를 발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의 과도한 홍보 의욕이 낳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 한국형발사체와 시험발사체, 누리호...자초한 혼동의 ‘도가니’

9월 3일 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의 정식 명칭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2주가 지난 9월 16일 "‘누리호’ 시험발사체, 10월 25일에서 31일 사이 발사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발사일을 알렸다. 소식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세간의 관심은 커졌고 보도도 잇따랐다.

문제는 10월 25일 예정된 발사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형 시험발사체 10월 25일 발사’, ‘첫 한국형 시험발사체 누리호 10월 25일 발사’,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내달 25일 시험비행’ 등과 같은 보도와 뉴스가 인터넷에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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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와 시험발사체 비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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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와 시험발사체는 다른 개념이다.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는 3단형 발사체로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의 엔진을 구성하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중량 1.5톤급의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게 목표다.

반면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 1단과 2단에 활용될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자세 제어와 비행 시뮬레이션을 위한 중량 시뮬레이터가 엔진 위에 달린다. 이런 이유로 10월 25일 발사 예정인 로켓은 엄밀히 말해 한국형발사체의 시험발사체가 아니라 한국형발사체 주력 엔진의 비행 테스트가 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형발사체 명칭을 섣불리 공개하고 국민 이벤트로 진행하려는 의도가 더해지며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 국민들이 각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발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형발사체(누리호)는 발사도 해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만에 하나 시험발사체 발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예상되는 이미지 타격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며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보다 이벤트화하려는 전시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 애매한 성공·실패 기준 논란에 시험발사 ‘무용론’도 수면 위로

명칭과 개념에 대한 혼란 외에도 10월 25일 발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디까지를 성공 또는 실패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아예 성공이나 실패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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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톤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시험발사체 연소시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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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톤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시험발사체는 실제 비행모델(FM)과 똑같은 인증모델(QM)의 최종 종합연소시험에서 목표 연소 시간인 140초를 뛰어넘는 154초 연소에 성공했다. 연료를 다 소진할 때까지 지상에서 연소됐다는 점만 FM과는 다른 점이다.

시험발사체가 목표했던 연소 시간인 140초 동안 비행할 경우 고도 약 195km, 지상거리 약 400km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목표 고도를 195km로 정할 수 있지만 발사 당일의 기상 상황과 발사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이유로 발사를 한달 앞두고 시험발사 ‘무용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엔진 성능 검증이 시험발사의 핵심 목표인데 엔진 성능은 지상시험으로 검증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도 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발사하는 사례는 없었다.

또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와 길이와 무게, 형태 등 제원이 완전히 달라 시험발사체의 실제 비행 테스트와 한국형발사체의 비행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험발사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시험발사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는 것이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 계획을 만들던 당시에도 시험발사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는데 선진국들이 발사체를 개발할 때 형태가 다른 시험발사체 비행 시험을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지상시험만으로 엔진 성능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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