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한 세기가 흘렀지만..." 고려인 동포들의 추석맞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일제 강점기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내린 고려인 동포들은 추석을 어떻게 지낼까요?

오랜 유랑에도 성묘도 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전통 명절인 한가위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으로 고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고려인 추석 풍경을 정유신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카자흐스탄 알마티주.

끝없는 황무지를 지나 3시간을 달리면 누렇게 익은 황금 물결이 하늘과 맞닿은 발하쉬 벼농사 지대가 나옵니다.

축구장 40개 넓이에 달하는 논에서 대형 콤바인들이 바쁘게 오가며 하루 만에 수확과 탈곡까지 해냅니다.

이곳도 추석 시기를 전후해 대형 장비를 동원한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80년 전 황무지였던 이곳을 고려인들은 벼농사가 가능한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바꿔 놓았습니다.

한때 구소련 최대 벼농사 생산지를 이끌었던 고려인은 대부분 떠나고, 현재 5% 정도가 남아 기업형 경작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 블라디미르 / 발하쉬 지역 관개 조합장 : 부모님이 평생 이 땅에서 일하다 여기 묻혀 있습니다. 벼농사를 지키고 성묘도 해야 해서 제가 남아 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고려인 어르신들이 모인 알마티 시내 문화원은 추석 음식 준비로 바쁩니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여 송편 대신 찰떡을 나누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잔을 듭니다.

올해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소식입니다.

[김볼냐 / 고려인 동포 : (한반도 평화를)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좋은 소식이죠. 그게 선물입니다.]

매년 추석에 열리는 한국 전통 문화 체험 행사에는 학생과 가족들이 입구부터 줄을 섰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한복이 맞춘 듯 편안한 고려인 학생들은 한민족임을 실감합니다.

[김마리나 / 고려인 동포 : 아주 좋아요. 예뻐요. 한복을 입어봐서 영광입니다. 왜냐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었던 옷이니까요.]

강제이주 역경에도 지켜온 고려일보와 고려극장은 고려인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1923년 시작해 창간 95주년을 맞은 고려일보는 시대마다 제호가 바뀌면서도 한글을 지켜왔습니다.

[김성조 / 전 고려일보 부주필 : 고려인 젊은 세대들이 우리 말을 열심히 배우고, 우리 말로 신문을 읽도록….]

한 세기가 지나도 고국과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 더도 덜도 말고 이번 한가위만큼만 좋은 소식이 전파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YTN 정유신[yusin@ytn.co.kr]입니다.

▶ 24시간 실시간 뉴스 생방송 보기

▶ YTN 구독하고 백화점 상품권 받아가세요!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