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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군 건드린 美에…움츠렸던 中, 다시 강경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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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간에 불거진 무역분쟁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 수위가 외교·군사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양국간 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오는 27~28일(이하 현지시간) 개최될 예정이었던 고위급 협상이 취소된 데 이어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이유로 미국이 가한 제재에 항의해 중국 측이 크게 반발하는 등 정치외교적 갈등 기류가 커지고 있다. 당초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는 워싱턴DC에서 만나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미국 측 압박이 지속되면서 둘 간의 만남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미·중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양국간 밀도있는 대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다 러시아 무기 도입을 빌미로 중국 군당국에까지 제재를 가하는 등 '중국 때리기'가 가속화하면서 중국 측 반발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해 잠시동안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중국이 최근 미국 측 압박이 가중되자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강경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와 지속적인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중국 당국이 그동안 숨겨왔던 보복조치를 내놓은 것도 중국 측이 강경모드로 돌아섰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미국 제재발표 다음날 600억달러(67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대해 24일부터 5∼10% 관세 부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측 압박에 중국도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한 것으로, 그 결과 중 하나가 무역분쟁 협상 무산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자는 "협상 참가를 거부함으로써 위협 아래에서 협상하지는 않는다는 우리 스스로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갈등사태가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둘러싼 군사외교적인 이슈로 번지면서 무역분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봉합될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지난 20일 러시아 전투기와 미사일을 구매한 중국군(軍)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간 밀접해진 외교군사 관계마저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고 있다. 실제 제재 부과 근거가 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은 지난해 제정된 이후 최초로 발동된 것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러시아 기업과 거래한 제3국에 가하는 제재를 중국이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이다. 중국은 선거 개입으로 불편해진 미국과 러시아간 문제가 중국을 겨냥하는 칼날로 돌아왔다는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한 목소리로 대미 비난성명을 즉각 발표하고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만 봐도 중국측 반발 강도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재에 대한 반발 수위는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한 톤의 비난을 쏟아낸 데서도 드러난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중국 인민해방군 전반의 군사 장비를 담당하는 중앙군위장비발전부(EDD)가 러시아산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을 사들인 정황을 포착해 EDD와 EDD 리상푸 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내 자산이 동결돼 부동산 거래를 비롯한 금융거래와 외환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리 부장은 이에 더해 미국 비자 발급도 금지된다. 미 국무부 고위 인사는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를 벌하려는 조치의 일환일 뿐 중국의 방위 능력을 절하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나온 조치인 만큼 양국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계속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무역전쟁에서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줄곧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미국 미주리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유세에서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서 5000억 달러(약 558조원)를 가져갔다"면서 "우리는 중국을 재건해왔고 그들에게 그러한 부를 제공해왔지만 우리는 이제 그것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똑같이 보복관세를 매길 예정이라는데 우리에게는 훨씬 더 많은 총알이 있다"면서 "만약 그들(중국)이 보복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보복 관세)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측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는 만큼 막후에서 봉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인사는 "중국이 반발하고는 있지만 '워싱턴이 불공정 무역관행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길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길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원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중국도 트럼프를 자극해서 추가적인 관세 부과 등 제재를 계속 맞게된다면 대규모 경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협상없이 일방통행식 반발을 계속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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