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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토지국유화 사회' 중국, 집값 잡으려 학구방 등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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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국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도 부동산 투자 열풍이 끊이지 않자 베이징시 당국이 강력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중국은 토지가 나라 소유이지만 지상권은 거래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일부 정치권에서 토지공개념의 모델로 삼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수도 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자본주의 사회 이상으로 급등하다 보니 인민의 평등을 주창해 온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 격차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22일 중국망재경(中國網財經)에 따르면 베이징시 주택·도농건설위원회 등 11개 부서는 지난 19일 ‘대중 이익 침해 위법행위 단속, 부동산 시장 혼란 관리’를 위한 특별행동을 공동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학구방(學區房), 불법 중개 브로커 등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이번 특별활동기간은 올 12월까지다.

한국의 강남8학군과 비교할 수 있는 학구방 투기 거래 단속이 눈에 띈다. 학구방은 베이징에서 학군이 좋은 지역의 허름한 쪽방을 지칭한다. 쪽방의 가격은 1㎡당 25만 위안(약 4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10㎡ 넓이의 방 한 칸을 얻으려면 4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세계일보

베이징 시내에 건설 중인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국은 인구의 수도권, 대도시 진입을 막는 호구(호적) 제도가 여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베이징 호구(호적)이 없거나 명문학교(초중고) 근처에 거주하지 않으면 그 학군에 진입할 수 없다. 명문교 근처에 거주해도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 자녀에게는 입학 허가 내주지 않는 곳도 있다. 너도 나도 셋 집을 얻어 명문교 근처로 오려고 하다보니 소유자의 자녀로 제한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인해 학구방 매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학구방은 결국 돈 많은 이들만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학구방 매매에 자격 제한이 없다’는 등의 말로 매매를 유도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교육열, 글로벌 부동산 상승세에 편승한 투기적 수요가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출세를 하려면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학벌이 좋지 않으면 공산당 가입이 불가능하다.

학구방 외에도 베이징의 아파트 매매가와 임대가격은 일반 서민은 물론 서구 선진국의 중산층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100㎡ 짜리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20억원 수준이다. 월세도 25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3년 전만해도 10억원 안팎에서 형성돼 있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의 왕징(望京)에 사는 K모씨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월세도 급등했다”며 “20여년 살아온 이 지역을 떠나는 게 서운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 베이징 외곽으로 거쳐를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간 낸 월세만 해도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넘을 것”이라며 “베이징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아파트 한 채도 마련하지 않은 게 정말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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