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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몸 망치는 미세먼지…언제까지 마스크만 쓰고 다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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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7)
중앙일보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광화문 거리. 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시간당 9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된다. 평균 농도가 50㎍/㎥ 미만이면 해제된다. 이날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시간당 98㎍/㎥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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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학부모들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발령하면 학교에서도 실외 수업을 실내수업으로 교체해야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과거에는 미세먼지 소동이 없었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과거에도 대기오염 피해가 있긴 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분석 자료가 축적되면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지닌 건강위험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면서 그만큼 학부모의 반응이 보다 민감해졌다. 성장 발달 과정에 있는 어린이에게 미세먼지는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수명 단축과 만성질환 발병 증가 등 영향을 준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위험 속으로 어린이들이 들어가도록 방치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직경이 10㎛ 이하의 직경을 가진 분진, 직경이 2.5㎛ 이하의 직경을 가진 분진을 각각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라고 하는데, 초미세먼지가 유해한 성분을 더 가지고 있어 건강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4배나 높아져 1㎥에 평균 160㎍을 웃돌았고, 폐 속까지 파고드는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4배에 가까운 90㎍까지 올랐다. 서울의 대기가 세계 주요 도시 중 인도 뉴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급기야 서울시는 고농도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사태에 노후 경유차 서울시 진입 제한, 친환경 차 보급 확대,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는 초미세먼지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 연구에 따르면, 국내의 초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발생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중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다. 기상 등 특정 조건에 따라서 어느 한 편의 비중이 높아지지만, 결국은 국내에서 발생한 것과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 상호 작용하여 건강피해는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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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미세먼지로 인해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출·퇴근시 서울 지하철과 버스는 무료로 운영되며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와 차량 2부제가 시행되었다. 이날 폐쇄된 서울시청 주차장 입구에서 안내요원이 주차안내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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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내뿜는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 인체 내로 침투가 용이하고, 폐나 기도 등의 인체 장기에서 흡수되기 쉽다. 크기가 작은 만큼 호흡기에서 입자의 제거 속도가 느려 인체 건강에 각종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 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미세먼지의 독성물질이 모세혈관에 유입되어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혈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 자체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국내외의 많은 역학적 연구들이 초미세먼지가 인체 피해를 유발함을 입증하고 있다. 1993년 하버드대학이 미국 6개 도시 거주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1㎥당 10㎍ 증가 시 총사망률이 14% 증가했고, 심혈관 호흡기계 사망률은 19% 증가했다.

미국암학회(ACS) 연구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 10ug/m3 증가에 따라 총사망률은 7% 증가, 심혈관 호흡기계 사망률은 12%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미세먼지는 심박변이도(HRV)를 줄여 심장발작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및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직접 코점막을 통해 뇌로 침투하여 뇌경색 발병위험을 높이며, 뇌의 퇴행성 변화를 가져와 노인성 치매의 위험성도 높이기도 한다. 선천성 심장기형 등 국내 선천성기형 발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러한 선천성기형의 증가와 대기오염은 일부 그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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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는 직접 코 점막을 통해 뇌로 침투하여 뇌경색 발병위험을 높이며, 뇌의 퇴행성 변화를 가져와 노인성 치매의 위험성도 높이는 등 우리 몸 곳곳에 여러 질환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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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주변에 임신부가 거주하는 경우 도로변 대기오염이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장애 등 태아와 어린이 성장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침을 여러 연구가 확인시켜주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우울증, 자살시도로 인한 응급실 내원조차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는 흡입 시 폐 손상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심혈관, 뇌혈관 등 염증반응이 혈액을 따라 전신으로 퍼지기에 전신성 염증 증후군을 가져다줄 수 있다. 우리 몸의 곳곳에 염증반응을 가져와 여러 질환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만약 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파리, 뉴욕, 도쿄 수준으로 낮추면 어떻게 될까? 대략적으로 산출해도 수명이 1년 내외로 늘고, 사망으로 이어지던 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 발생이 12% 정도로 감소하니 건강보험의 10% 정도 매년 5조 이상의 의료비가 절감되니, 이를 의료서비스 등의 질 향상에 투입되면, 국내 의료서비스 발전에 새 전기가 될 수 있다.

초미세먼지 관리를 통해 경제활동이 늘고 관광의 증가 효과도 있다고 하니, 그 효과는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일 년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만으로도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국내 도시들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초미세먼지를 관리하는 수준에 따라 국가와 그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초미세먼지는 관리하는데, 고도의 관리 기술, 행정관리 능력이 필요해서, 초미세먼지를 잘 관리하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이미 올라선 나라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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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서 열린 미세먼지 줄이기 범시민 캠페인에 참가한 15개 부산시민단체 회원들이 미세먼지 줄이기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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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을 고려해 볼 때, 절대로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 볼 때, 향후 고령사회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OECD 평가로는 2030년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시민들이 나서서 환경부와 지자체가 초미세먼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경유차와 같은 교통 오염원, 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 발생 오염원을 줄여나가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미세먼지 예보와 주의보를 통해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게 정보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 각 가정과 회사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실내 공기를 정화해야 한다.

미세먼지 관리는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는 교통·에너지 정책, 국민의 인식과 생활습관 전환 등이 대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정부와 국민이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를 보면서 혹시나 애들에게서 피해가 생길지 언제까지 전전긍긍할 것인가? 나이 들어 뇌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암을 앓으면서 건강하지 못한 노년을 지내야 하는가? 예견되는 미세먼지 피해, 피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기에 이 문제를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keep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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