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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동산 과열이 뒤집은 가격·거래량·전세가율 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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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통념들이 최근 잇따라 깨지고 있다.

가격과 거래량, 전세가율 사이의 일반적인 상관관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주요 지역을 향해 억눌렸던 수요가 최근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과열돼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서울 지역이 특히 그렇다.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지금까지는 거래가 늘어야 가격도 오른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도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7494건으로 지난해 8월 1만4677건은 물론, 최근 3년간 8월 평균치(1만2380건)에도 한참 못 미친다. 반면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매매가격은 0.63% 상승해 전달(0.32%)보다 오름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고, 신고가 기록을 새로 쓰는 단지들도 대거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이 거래를 이끌기도 한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 4771건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7월(5568건) 소폭 반등했고 지난달에는 2000건 가까이 더 늘었다.

여름 휴가철이 낀 탓에 통상 ‘부동산 비수기’로 꼽히는 7~8월에 거래와 가격이 늘었다는 점도 통념을 깨는 현상이다. 9월 들어서도 10일 기준 2832건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거래량은 전달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과 매매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세가율이 오르면 집값도 올라가고, 반대로 전세가율이 떨어지면 집값도 내려간다는 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전세가율이 상승해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갭투자자나 전세입자들이 집을 사고, 반대로 전세가율이 떨어지면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집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세가율은 하락하고 집값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이 올라서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격은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기준 67%로 올해 1월(70.1%)과 비교해 3%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8월까지 0.38%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5.59% 상승했다. 가을 이사철이 온 데다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맞물리며 매매가격에 이어 전세가격이 뒤따라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어떻게든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확산되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상식을 뒤엎는 이례적인 현상들이 함께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부 규제로 억눌렸던 주택 수요가 보유세 개편안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구상 언급을 기점으로 터져나왔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시장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통념과 다른 이례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심리가 바뀌어야 시장 과열도 진정되고 통계 흐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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