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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미 가이아나의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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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로또’의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석유 개발로 ‘대박’을 꿈꿨다가 오히려 ‘쪽박’을 찬 사례가 적지 않다.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예다. 1980년 원유 발견 이후 우고 차베스 정부는 관련 산업을 국유화했다. 필요한 생필품은 석유를 판 돈으로 수입했고, 석유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고 미국이 석유 수입량을 줄이며 베네수엘라 경제는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서아프리카의 소국 적도 기니의 사정도 비슷하다. 적도 기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산유국이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2000∼2013년 석유 수출로 450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1인당 GDP 1만4000달러 수준의 신흥국으로 부상했지만, 독재 정부가 이 돈을 탕진하며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반면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굴러들어온 복을 차곡차곡 쌓아 부국의 꿈을 이뤘다. 북해 유전이 개발된 후 노르웨이는 지난 20년간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국부 펀드에 쏟아부었다. 국부 펀드는 국민 연금과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현재 노르웨이의 국부 펀드는 자산 규모가 8조128억 크로네(약 1118조 16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미 대륙 동북부에 자리한 가난한 나라 가이아나. 가이아나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4850달러로 세계 104위다. 인구도 78만여 명 밖에 안된다. 이 나라 해안에서 2016년 매장량이 7억 배럴이 넘는 유전이 발견되더니, 얼마 전에는 인근 심해에서 최소 32억 배럴의 경질유가 매장된 유정이 발견됐다. 이 유정에서 2020년부터 석유가 나오면 가이아나는 1인당 석유 생산량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게 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즈 등은 “이렇게 큰 부를 누리기에는 가이아나의 정치 체제가 후진적”이라며 “바로 옆 베네수엘라처럼 부패한 정치로 인해 ‘자원의 저주’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가이아나의 지식인들도 석유로 얻는 행복보다는 석유때문에 생겨날 부패와 갈등을 걱정한다고 한다. 가이아나는 과연 베네수엘라의 길을 걸을까. 노르웨이의 길을 걸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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