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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두번째 석방된 조윤선...미운털이라도 박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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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오전 상고심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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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전 0시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2일만에 석방됐다. 작년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처음 구속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6개월만에 석방된 뒤 올 1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1년 7개월 사이 두 번 구속되고 두 번 석방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석방 직후 기자들에게 "아직 3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남은 재판 절차에서도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2차 공관회동에서 강제징용 재판 관련 모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차에 탑승해 귀가했다. 서울구치소 앞에는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여 ‘조윤선 힘내세요’, ‘문재인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조 전 장관은 출소 직전인 지난 19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신분이었다.

검찰에 미운털이라도 박힌 것일까.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말이 나온다. 별건으로 구속 수감돼 있고, 석방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인사를 굳이 참고인으로 불렀어야 하느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있어 소환한 것"이라고만 했다.

이미 3건의 재판이 진행중인 조 전 장관은 최근 또다른 범죄혐의에 연루된 정황이 나왔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간 재판거래에 관한 것이다. 그는 청와대 근무시절,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만난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있었던 이날 자리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정종섭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있었고,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협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면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여성 정치인 중 한명이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랬던만큼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조 전 장관은 곳곳에 이름이 등장했다. 검찰은 작년 2월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단체 등의 명단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하도록 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과 관련해 그를 구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구속기간 만료를 이유로 그에 대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의 원심이 확정될 경우 또 구속돼야 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만기로 석방되어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시스


뿐만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게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불과 2주쯤 뒤인 다음 달 5일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4500만원을 구형해 놓은 상태다. 검찰의 구형량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 9명 중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징역 7년·벌금 11억원·추징금 3억원) 다음으로 길다.

이는 조 전 장관이 뇌물 혐의도 함께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이병기 전 국정원장, 추명호(이상 구속)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총 45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액수가 모두 뇌물로 인정되면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대법원 양형기준으로는 최소 2년6개월에서 최대 6년까지도 가능하다.

이 사건에도 조 전 장관 측은 "(정치적) 사제 지간으로서 받은 격려금"이라며 뇌물 구성 요건인 '직무 현안 대가'가 아니어서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어 사건이 계속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 한 간부는 "범죄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검찰 생리상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통 구속하거나 기소 단계에 가면 덜해지는데 조 전 장관이 재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해 검찰이 더욱 독하게 수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단 조 전 장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하라고 계속 주문하는데 검찰이 코드를 맞추지 않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또 "요즘 검찰 내부에선 ’책에 적힌대로 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적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윤선 석방에 이목 집중, "5분 간격으로 시간 묻는 강박 증세 보였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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