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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두세달에 한번씩 나오는 대책…또 나올까? [정부규제 집값 되레 부추기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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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두세달에 한번 꼴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부터 부동산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학습효과가 퍼진 주택시장에 각종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진 미지수라는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시장에선 "수시로 정책이 바뀌니 뭘 내놔도 못 믿겠다"는 불신이 팽배해있다.

세계일보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고 있다.

단기적인 해법의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시장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락가락 정부 정책 불신하는 수요자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연일 '부동산 불패신화'를 써내려가는 것은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록적인 장기 저금리로 유동성을 대량 공급했지만, 정부나 당국의 의도와 달리 고삐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만 흘러들어 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2016년 6월 연 1.25%로 인하된 기준금리는 1년4개월 동안 유지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11월 1.50%로 한 차례 오른 게 전부다.

결국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은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이번 규제로 잠시 주춤할 순 있으나 이런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현금, 요구불·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 양도성예금증서, 종합자산관리계좌, 환매조건부채권 등)은 지난 6월 말 기준 111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 전문가는 "아직 변수가 있지만 연내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시중 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유발해 서울 도심 내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장세 지속되는 한 부동산시세 안정 어려울 듯

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8.2대책에서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과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40%(다주택자 30%)로 낮췄지만, 이미 풀릴 대로 풀린 유동성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대책이 다주택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자 강남 3구와 여의도·용산·목동 등지의 '똘똘한 한 채'가 더 주목받게 됐고,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는 1주택에 부동자금이 쏠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LTV·DTI를 강화하고, 임대사업자대출·전세대출을 통한 '우회 대출'을 차단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이나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come ratio)을 도입·강화하는 등의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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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차례 대출 규제에도 투기 수요가 사방으로 튀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틀어막아 투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기존 유동성을 잡지 않고 신규 유동성 공급만 틀어막으려다 보면 되레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번 오른 집값 쉽게 안 떨어져…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수도

최근 여러 정책이 꼬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번 올라간 집값은 웬만해선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1년 뒤엔 이번 9.13대책을 비롯 정부 각종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가격이 안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내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지만, 집값 안정이 하락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집값 급등 거품이 수그러들면서 일시적으로는 조정이 올 순 있지만, 전반적으론 상승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각종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선 망설이다가 집을 사지 못한 것을 자책하거나, 지금이라도 매수에 들어가야 하는지 문의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설 익은 규제가 되레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이번에 발표된 강력한 9.13대책에 대해선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일정 부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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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대책에 정작 거래세 인하 방안이 누락, 시장 매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직장 출퇴근이나 자녀 학군 등을 위해 서울 노른자위 지역으로 입성하려는 이들이 많아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심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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