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며느리 네일'을 아십니까?"…명절마다 네일숍 '문전성시'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명절 앞둔 네일숍 단정한 네일아트 받는 여성들로 넘쳐나

"추석을 앞두고 고객 10여 명 중 6명은 며느리 네일로 바꿔"

며느리 네일은 세대갈등의 상징…“가정의 민주화 이뤄져야”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시어머니가 보시면 좋아하시진 않을 것 같아서요.”

결혼 3년차 배모(32)씨는 지난 19일 퇴근 후 시간을 내 회사 근처 네일숍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며느리 네일’을 받기 위해서다.

다양한 색깔과 부착물들로 손톱을 꾸미는 네일아트. 화려한 큐빅 등 장식물은 최소화하고 얌전한 색상의 매니큐어로 손톱을 치장하는 네일아트를 ‘며느리 네일’이라고 부른다. 며느리들이 시가에 가기 전에 네일숍에 들려 단정한 네일아트로 손톱을 손질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배씨는 “시아버지가 평소 ‘여자는 단정하고 깔끔해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시가에 갈 때마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둔 네일숍들에서는 며느리 네일을 받는 여성들을 흔히 볼수 있다. 혹시나 모를 시가 어르신들의 손톱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싫어하세요” 명절 문턱이면 ‘며느리 네일’ 문전성시

네일숍들에 따르면 평소에도 상견례나 면접 등을 이유로 며느리 네일을 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며느리 네일 예약은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급증한다. 이 시기에는 네일숍을 찾는 여성 절반 이상이 며느리 네일을 한다.

일산에서 4년째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5)씨는 “고객들이 평소에는 화려한 네일을 선호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거의 예외없이 며느리 네일을 선택한다”며 “추석을 앞두고 고객 10여 명 중 6명은 며느리 네일을 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와 함께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많다보니 화려한 소톱치장은 금물이다. 시어머니 잔소리를 피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명절을 앞두고 네일숍을 찾는 여성들의 설명이다.

네일숍에서 만난 결혼 2년차인 김모(36)씨는 “20대 때부터 네일아트를 즐겨했다. 지난 설에 시아버지께서 너무 튄다고 지적하셔서 이번 추석엔 아예 ‘며느리 네일’로 바꾸려고 왔다”며 “마음에 드는 네일아트였는데 시어른 잔소리를 피하려고 다시 하려니 돈도 아깝고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며느리 네일은 20~30대 직장여성들만 받는 것은 아니다. 또다른 네일숍에서 만난 전업주부 한모(53)씨는 “지난 명절에 시어머니께 ‘내 아들이 번 돈으로 손톱치장이나 하고 있냐’는 꾸중을 들었다. 이번에 시가에 가기전에 아예 네일아트를 지우려고 왔다”고 했다.

◇며느리 네일은 세대갈등의 상징…“가정의 민주화 이뤄져야”

‘며느리 네일’은 여전히 시가가 며느리들에겐 어렵고 눈치보이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가 어르신 눈치에 평소와 다른 단장을 하고 말투를 바꾸고 목소리를 낮춰야 하는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같은 일상 공간에서도 젊은 여성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있지만 가족내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제도적인 변화뿐 아니라 명절 가족 모임 등 일상 공간에서의 여성들을 배려하고 압박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교 교수는 “명절이라는 게 단순 가족의 모임이 아닌 다른 세대들끼리의 만남이기 때문에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연령이나 성 역할을 떠나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가정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