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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강아지·고양이는 명절이 '곤욕'…가족과 생이별하는 반려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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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서울 서초구에 사는 회사원 김주희(32·여)씨는 추석을 앞두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을 애견 호텔에 맡겼다. 고향인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탓에 도저히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갈 엄두가 안 나서다. 한 마리 당 1박에 5만원이라는 비용이 들었지만 김씨는 기꺼이 호텔에 돈을 지불했다. 김씨는 “남한테 맡기는 것보다 전문적인 곳에서 케어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강아지를 맡기게 됐다”면서 “주인과 떨어지면 심하게 불안해하는 탓에 걱정이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반려동물을 호텔에 맡길 수 있는 경우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명절만 되면 반려동물 호텔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미처 예약을 못했거나 거주지 주변에 호텔이 없는 이들의 경우 지인에게 애견을 맡기거나 개인 펫시터를 찾아야 한다. 이에 반려동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펫시터를 구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집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이서빈(30·여)씨도 일찌감치 펫시터에게 고양이를 맡겼다. 연휴 기간에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올 예정인 이씨는 5일간 고양이를 맡기는 비용으로 총 70만원을 지불했다. 이씨는 “명절마다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늘 펫시터를 찾고 있다”며 “불쌍하다는 마음은 들지만 모든 일정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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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지만 반려동물에게만큼은 곤욕스러운 날이다. 주인이 귀향이나 여행 등의 이유로 장기간 집을 비우는 경우 억지로 주인과 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호텔이나 펫시터 등에게 맡겨지는 반려동물들은 사정이 좀 낫다. 연휴 기간 휴게소나 여행지 등에서 주인을 잃거나 버려지는 동물들도 많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수는 지난 2015년 8만2082마리에서 2016년 8만8559마리로 6000마리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0만715마리까지 늘어났다.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 통계에서도 지난해 1월 5594마리였던 유기동물이 올해 같은 기간 7303마리로 약 2000마리 늘었다. 특히 명절이나 휴가철은 동물 유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10일간의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었던 지난해 5월과 10월의 동물 유기 건수는 각각 9908건, 9344건이나 됐다.

한 동물권단체 관계자는 “집을 비우면서 반려동물을 맡기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맡길 곳이 없다고 동물을 유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까지 버리는 일”이라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키우기 시작했다면 좀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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