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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용산 5분의1 가격 삼성 신상폰… 뜯어보니 중국산 부품 하우징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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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고장난 중고 휴대품을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고치거나 휴대폰 겉면만 새것으로 바꾼 '하우징폰'은 육안으로는 신상품과 구분이 쉽지 않다. 사진은 휴대폰 대리점에 진열된 각종 스마트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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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용산 아이파크몰에 휴대폰을 구매하러 온 최모(38)씨는 매대에 진열된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경만 하다가 구매는 않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최씨는 “대리점보다 훨씬 저렴하긴 한데, 이 중에 정품 아닌 휴대폰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육안으로는 어떤 것이 정품이고 짝퉁인지 구분할 수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용산을 둘러본 결과 겉보기에는 정품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출고가인 70만원의 5분의 1가격에 불과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싼’ 휴대폰이 즐비했다. ‘왜 이렇게 싸냐’는 질문에는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용산 등 대규모 휴대폰 시장에 일명 ‘하우징폰’이 만연한 상태다. 고장 난 중고 휴대폰을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고치거나, 휴대폰 겉면만 새 것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정품’ 또는 ‘신상품’처럼 보이게 만든 ‘짝퉁’이다.

최근 경찰에 검거된 박모(48)씨 일당의 하우징폰 제조ㆍ유통 규모는 웬만한 중소업체를 방불케 했다. 각종 첩보와 접수된 신고를 바탕으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17일 이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Made in China’라고 적힌 중국산 스마트폰 부품과 외장케이스, 액정과 메인보드 등 무려 2,148점의 휴대폰 부품을 발견했다. 삼성,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을 포함한 완성 하우징폰도 163점에 달했다. 박씨는 15년 가량 중고 휴대폰 유통을 해오며 ‘대모’로 불릴 정도였다. 용산 휴대폰 시장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중고 휴대폰과 폐자재 쪽을 꽉 잡고 있는 ‘큰손’이라, 박씨를 통하지 않으면 중고 휴대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1일 박씨 등 일당 3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일당이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내역을 바탕으로 하우징폰을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업자들도 추가로 조사해 수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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