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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靑 세금 사용 내역 손에 쥔 野 의원 즉각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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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1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 보좌진이 국가 재정정보 시스템에서 불법적으로 정보를 내려받았다면서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인 심 의원은 기재위로부터 재정정보 시스템인 D브레인 접속 권한을 부여받아 예산 편성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데 이달 초 인가받지 않은 예산 집행 구역으로 들어가 청와대를 비롯한 30여개 정부기관의 관련 자료를 내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측은 "심 의원실이 비인가 구역으로 접근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는 반면 심 의원 측은 "부여받은 권한으로 접속한 뒤 컴퓨터 자판의 백스페이스 키를 두 번 누르니 예산 집행 내용을 열람할 수 있었다"며 정보 취득 과정을 그대로 시연해 보였다. 재정정보 시스템을 이토록 허술하게 만들어놓고 들어간 사람을 절도죄로 모느냐는 것이다.

기재부 입장에서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을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검찰이 사건 배당 하루 만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 역시 개인 비리가 명확하게 가려진 상태에서나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심 의원의 정보 수집이 불법인지도 불확실하고 수집한 정보로 불법적인 일을 한 적도 없다. 국감을 위해 자료를 모은 것이라는 걸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2박 3일 동안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하고 20일 밤 늦게 돌아온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왜곡해서 허위 주장을 한다"고 심 의원을 비판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심 의원이 이날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제시한 문건 속에 '대통령 해외순방 때 수행한 사람들이 업무추진비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잘못이라고 반박하는 내용이다. 심 의원이 손에 쥔 청와대 예산 집행 자료가 현 정부의 '적폐적' 행태를 고발하는 근거로 활용될까 놀라 대응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국회 부의장 출신 야당 중진을 상대로 기재부가 고발하고 검찰은 즉각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배경이 짐작이 된다. 여당 의원이 '신도시 후보지'라는 민감한 자료를 유출해 나라를 들썩이게 한 것보다 야당 의원이 청와대가 세금 쓴 내역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 훨씬 큰 죄로 몰리는 세상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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