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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World People] "다이먼, 트럼프 꺾고 경이로운 대통령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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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전설' 다이먼 JP모건 회장,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

"제이미는 경이롭고(phenomenal), 대단한(spectacular) 대통령이 될 것이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에 대해 평한 말이다. 콘은 지난 17일 리먼 브러더스 사태 10주년 행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해 보니 대통령은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더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콘이 다이먼을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한 이유가 있다. 닷새 전인 12일 다이먼이 회사 행사에서 "나는 트럼프만큼 터프하고, 그보다 똑똑하다. 내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소셜미디어로 퍼지며 논란이 되자 다이먼은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즉흥 발언을 한 것이 내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증거"라면서 바로 몸을 낮췄다. 그의 발언 번복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들은 이미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민주당 후보군에 다이먼을 포함시켜 보도하고 있다.

다이먼은 월스트리트에서 '전설' '신화'로 통한다. 그리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터프츠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대학원 동기다. 졸업 당시 골드먼삭스, 리먼브러더스 등 쟁쟁한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아버지의 상사였던 샌디 웨일의 제안을 받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입사했다. 웨일은 다이먼이 학창 시절 쓴 에세이를 읽고 그를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점찍었다고 한다.

1985년 웨일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쫓겨났을 때 다이먼 역시 그를 따라 나와 기업 인수·합병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1998년 웨일이 시티그룹 CEO가 되자 다이먼은 자타 공인 그의 뒤를 이을 '황태자'로 간주됐지만, 1998년 휴가 도중에 전격 해고됐다. 10여 년 뒤 웨일은 NYT 인터뷰에서 "문제는 제이미는 CEO가 되고 싶어했고 나는 은퇴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지금껏 한 실수 중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비운의 황태자로 전락했던 다이먼은 2000년 미국 5위 은행인 뱅크 원 CEO로 임명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2004년엔 JP모건체이스와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6년엔 JP모건 CEO로 임명됐고, 2007년부터는 회장 직을 겸하고 있다. '평생 멘토'였던 상사에게서 잘린 뒤 더 큰 금융업체의 수장(首長)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는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유명하다. 뱅크 원 CEO 부임 당시 "잡초 몇 포기 뽑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기톱으로 베어야 한다"며 7000명을 감원했고, 2005년 JP모건에서도 7000명을 잘라 원성을 샀다. 하지만 취임 6년 만에 JP모건을 세계 최대 은행으로 키우고 사상 최대 순이익(213억 달러)을 낸 뒤 직원 7만8000명을 추가 채용해 비난을 잠재웠다.

고비는 또 있었다. 2012년 JP모건 런던 지사가 파생 상품 투자 실패로 20억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보자, 주주들이 다이먼에게 책임을 물며 회장직과 CEO직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먼은 "회장에서 물러나느니 회사를 떠나겠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그를 탄핵하기 위해 회의장에 모였던 투자자와 직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회장 재신임을 축하하는 박수를 치며 회의장을 나왔다. 그 정도로 카리스마와 설득력이 뛰어났다.

그가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한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실수를 인정하지 말라'는 월가의 법칙을 깨고, 2012년 5월 주주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지독한(egregious)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실수'라는 단어를 17번이나 썼다. 2016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즈니스는 실수를 저지르게 돼 있다. 언제나 백발백중일 수는 없다"고 했다. 같은 해 다이먼은 포천에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좋다. 그걸 바로잡는 것은 더 좋고,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실수를 딛고 회사를 미국 최대 투자 은행으로 키웠다.

'월스트리트 적폐 청산'을 내걸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JP모건처럼 모범적인 은행, 다이먼 같은 훌륭한 CEO도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금융인들이 '살찐 고양이'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도 NYT는 "다이먼은 미국에서 가장 덜 미움받는 금융인"이라고 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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