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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건강 나침반] 쌓이는 명절 스트레스... 차 한 잔에 달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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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리 한의사의 추석, 그 아름다움과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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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우리 민족에게 1000년 이상 내려온 속담이다. 고대로 갈수록 관개시설이 부족하고, 농사법 발달도 미약했다. 자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농법이기에 늘 먹을거리 걱정을 해야 했다. 유교의 비조인 공자도, 민족의 성군인 세종대왕도 식위민천(食爲民天)을 이야기 한 배경이다. 능력 있는 지도자는 백성을 배부르게 먹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을걷이를 한 추석은 온 나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축제가 되었다. 모처럼 먹을 것이 풍부해진 덕분이다. 우리 민족은 음식을 충분히 차리고 밤낮으로 즐겁게 놀았다. 많은 이들은 평생 추석처럼 배부르게 먹고, 즐겁게 놀기를 원했다. 그 바람이 속담으로 표현된 것이다.

조선후기의 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벽촌의 가난한 사람도 한가위에는 음식과 술을 마련해 즐긴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는 민간의 희망이 적혀있다. 오곡백과가 익고, 배부름이 있고, 즐거운 놀이가 있고, 반가운 이웃이 있던 추석에는 아이도, 부녀자도 밤새도록 놀았다.

그러나 현대화의 진행 속에 한가위는 축제의 모습에서 부담의 현실로 변한 것도 사실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옛 속담을 8월 한가위의 풍요 보다는 추석을 제외한 날들의 고독으로 풀었다. 마음을 나눌 친구가 부족한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인터넷 시대, 사통팔달 교통시대인 요즘에는 한가위가 축제 마당 보다는 부담의 시간으로 변한 듯 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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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면 한의원은 갑자기 바빠진다. 분노,우울, 소화불량, 요통, 관절질환, 만성피로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내원객 대부분은 30~40대 주부다. 이들은 음식 준비와 끊임없는 가사 노동으로 몸이 지쳤다고 말한다.

남편은 친구나 친지와의 만남에 시간을 보내고 자기는 관심 밖이어서 분노와 소외감을 느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일부는 모처럼 만난 친척과의 금전문제, 인간적 갈등, 체력약화, 체중증가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도 한다.

이런 명절 후유증이 심해지면 화를 삭이지 못하고, 긴장성 두통이 지속되기도 한다. 무기력 증상 속에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 속 쓰림, 소화불량 증상도 보인다. 심신의 피로로 신체리듬이 깨진 탓이다.

심신의 건강 악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마음 다스림'이다. 명절로 인한 고통은 마음의 부담이 몸의 불편함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부 지나친 활동으로 인한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 명절에 사람과의 만남을 피할 수는 없다.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여기는 것 보다 즐거운 축제로 생각하면 한결 나아진다. 같은 행동도 마음의 여유 여부에 따라 긍정자극, 부정자극으로 갈린다. 우선 내 마음부터 긍정 모드로 바꾼 뒤 명절을 맞으면 좋다. 수시로 깊은 호흡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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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心臟)의 화기(火氣)는 위로 치솟는다. 분노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것은 화기(火氣)가 상승한 까닭이다. 대신 수기(水氣)는 더 처져 아랫배가 차가워져 소화가 잘 안 된다. 따라서 한의학 약재나 식치 요법은 몸의 균형을 맞춰 증상을 완화시킨다.

스트레스가 쌓여 두통이나 소화불량이 지속된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목과 머리에 뜨거운 찜질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몸은 따뜻하게 하고, 식사는 평소식사의 1/3로 줄이자.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화(火)를 풀어주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간단한 차의 음용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두뇌를 맑게 하는 국화차다. 동의보감은 국화의 효용을 마음 안정, 안구 정화, 간 기능 개선, 혈압강하 등으로 설명한다. 말린 식용 노란 국화꽃 4~6그램을 물에 600cc정도 넣고 30분간 끓인 다음 수시로 복용하면 된다. 또 대추차, 자스민차, 녹차, 칡차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최주리 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창덕궁 한의원 원장 subhut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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