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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부품결함으로 추락…"마린온 사고, 누가 책임져야 하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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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1월 배치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를 조사해온 민관군 사고조사위원회는 21일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로터 마스트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터 마스트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메인로터를 회전하게 하는 중심축이다.

마린온은 사고 당시 시험비행 도중 로터 마스트가 부러졌고 이후 메인로터를 구성하는 날개 4개 중 1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 중 5명이 숨졌다.

로터 마스트가 부러진 것은 수리온의 기술협력사인 유럽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하청업체이자 로터 마스트 제작사인 프랑스 오베르듀발의 공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공랭식으로 해야 할 열처리 공정을 수랭식으로 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 오베르듀발은 열처리를 추가로 진행한 뒤 검사를 실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납품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추가 검사를 실시한 뒤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보냈다.

KAI는 별도 검사 없이 로터 마스트를 마린온에 장착했고, 비행할 때마다 제조 과정서부터 균열이 있었던 로터 마스트에 응력(재료에 압축, 비틀림 등의 하중을 가했을 때 재료 내에서 생기는 저항력)이 집중돼 피로 균열이 가속화되다가 임계점에 이르러 부러졌다.

사고기가 동일한 시기에 생산된 로터 마스트는 4개다. 하나는 사고기에 장착됐고 2개는 육군 수리온 헬기, 하나는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갖고 있었다. 수리온 헬기 2대에서도 같은 종류의 균열이 발견됐으나 비행시간이 40여시간에 불과해 사고는 없었다.

세계일보

지난 7월 17일 마린온 추락 사고 당시 동체에서 떨어져나온 메인로터가 현장에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사고조사위는 추가 조사를 거쳐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문제가 된 로터 마스트에 대해 국내 어느 곳에서도 품질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다. 국내에서 체계종합이 이뤄지는 무기는 엄격한 품질검사를 받는다. 제조사에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에서도 검사를 실시한다. 육군의 차세대 기갑차량으로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차륜형장갑차는 제조사와 기품원이 1만2000여건의 품질개선 조치를 실시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로터 마스트는 메인로터와 엔진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KAI나 기품원에서 품질검사가 이뤄졌다면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균열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검사는 실시되지 않은 채 로터 마스트 제조사와 납품업체인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제출한 서류 검토로 대채됐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관행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KAI와 기품원이 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와 기품원의 품질검사 생략은 중대한 문제를 지닌다. 로터 마스트는 비행시간이 1500시간이 지나면 검사나 정비를 받도록 되어있다. 운용부대나 제작사에서 점검을 하지만 비파괴검사 장비 등이 없으면 균열을 발견하기 어렵다. 마린온 제작업체와 군의 품질검사 전담기관이 제 역할을 해줘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이유다.

촉박한 개발 및 생산일정도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린온은 2013년 7월 개발에 시작되어 지난 1월 해병대에 1,2호기가 납품됐다. 개발과 성능검증, 비행 시험 등에 소요된 시간이 6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촉박하게 진행됐다. 특히 초도비행시험이 성공한 것은 2015년 1월로 실제 개발기간은 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제작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마린온은 지난 7월 17일 포항공항에서 정비를 마치고 정비상태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비행 중 13.7m 상공에서 추락해 헬기에 탑승했던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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