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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왜 고의로 패할까?…핸드볼 고의 패배로 본 역대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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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노컷뉴스

져주기 게임을 하면서 실격 당한 한국과 이라크의 U-19 핸드볼 대표팀. (사진=아시아핸드볼연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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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하(U-19)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고의 패배로 시끄럽다.

장인익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8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이라크와 만났다. 하지만 후반 21분 한국이 12대14로 뒤진 상황에서 심판이 경기를 끝냈다.

한국도, 이라크도 이기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라크의 승자는 C조 1위가 된다. 문제는 조 1위를 할 경우 8강 리그 대진이 불리해진다는 점. 개최국 요르단을 비롯해 바레인, 일본 등 강호들과 한 조에 묶이는 대진이었다. 지기 위한 경기가 펼쳐졌고, 이를 눈치 챈 심판이 경기를 그대로 종료시켰다.

아시아핸드볼연맹도 19일 "한국과 이라크가 서로 지기 위해 경기를 한 의도가 강했기 때문에 몰수 게임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이라크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 결과가 무효 처리됐고, 2패를 당한 인도가 2차리그로 향했다.

한국과 이라크에 대한 추가 징계도 논의될 예정이다.

고의 패배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 대한핸드볼협회도 "심각한 문제"라면서 진상 파악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기기 위해 준비했던 19세 이하 어린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로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이후 경기장을 찾아 참가팀과 아시아핸드볼연맹 등에 고개까지 숙이는 등 마음의 상처까지 생겼다.

스포츠에서 고의 패배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2년 련던 올림픽 배드민턴에서는 여자 복식 4개조가 동시에 실격됐다. 그 중 한국 정경은-김하나 조, 하정은-김민정 조가 포함됐다.

역시 좋은 대진을 위한 고의 패배 때문이었다. 자국 조를 피하고, 또 쉬운 상대를 만나겠다는 생각이다. 조별리그에서 정경은-김하나 조를 만난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4강에서 중국의 톈칭-자오윈레이 조를 피하기 위해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어 하정은-김민정 조와 인도네시아의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 조 역시 유리한 대진을 위해 져주기 게임을 했다.

4명의 선수들은 곧바로 귀국했고, 대한체육회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실격 처리된 4명의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또 의혹으로 끝났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국이 E조 2위를 차지하면서 F조 1위가 한국을 만나는 상황이 됐고, 이란이 미얀마에 0대2, 사우디아라비아가 북한에 0대3으로 패하는 등 마치 조 1위를 피하려는 인상을 남겼다.

조별리그라는 제도 때문에 생기는 단점이다.

이미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상대를 고르겠다는 생각. 또 힘을 아끼려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실격 사건 후 뉴욕타임스는 "고의 패배는 큰 의미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이념 때문에 고의로 패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열린 23세 이하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86kg급 알리레자 카리미-마치아니(이란)이 16강에서 고의로 패한 의혹이 드러났다. 8강에서 적대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의 유리 칼라시니코프와 만나기 때문이었다. 카리미-마치아니는 고의 패배 의혹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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