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결함으로 '12시간 지연' 대한항공 승객 91명 집단 손배소송

[김지혜 변호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김기훈 기자 = 지난 8월 기체 결함으로 공항 노숙을 하거나 일정에 차질을 빚은 승객 91명이 대한항공[003490]을 상대로 1인당 7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21일 법무법인(유한) 예율에 따르면 승객들은 대한항공이 안전점검 등을 이유로 탑승을 지연해 큰 불편을 겪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승객들은 지난 8월 4일 오후 9시 40분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2시 45분 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안전점검을 위해 탑승 절차를 중단하고 오후 10시 40분께 결항을 통보했다.

5분 뒤 탑승이 재개됐지만, 승객 전원이 비행기에 탄 후인 오후 11시 4분께 야간운항제한에 걸려 이륙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시 결항을 통보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의 보조날개에 스크래치가 발생한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본사 기술부로부터 안전운항 가부 승인을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운항 가능하다고 해 탑승시켰지만, 공항의 야간운항제한으로 이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체 정비로 인한 지연에 대하여 보상을 해준 적이 없고 해줄 의무도 없다"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해도 보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안내했다.

대한항공은 승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했지만, 일부 승객은 호텔이 공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 이동시간, 숙소 체크인·아웃 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로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공항에서 노숙했다.

숙소로 간 승객은 오전 1시∼1시 30분께 숙소에 들어가 약 4시간 뒤 체크아웃을 하고 김해공항으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다음 날 다시 출국수속을 하고 오전 8시 30분께 대체편인 KE8115편에 탑승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기내 점검을 이유로 또다시 탑승이 지연됐다.

결국 원래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약 12시간 늦은 5일 오전 9시 40분께 부산을 떠나 오후 2시 56분께 괌에 도착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지혜 변호사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국제항공운송에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을 보면 항공사는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면책사유를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국내 항공사는 출발 예정시각이 임박한 때에서야 기체 결함을 발견한 점에 대한 과실 유무에 관해 아무런 입증 없이 기체 정비로 지연된 경우 무조건 면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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