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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국내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17년 만에 법 심판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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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라넷 사이트 운영 공범 중 한 명

외교부 여권 반납 명령으로 귀국

지난 7월 기소돼 재판 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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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피고인?”

왜소한 체격의 40대 여성이 판사의 호명에 급히 피고인석에 놓인 마이크를 찾느라 고개를 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가 말을 이었다. “변호사가 수사기관이 송○○씨를 공범으로 판단한 증거들과 공범들의 진술에 대해 부동의해서 조○○과 박○○을 먼저 불러서 물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박 판사의 말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에메랄드빛 수의를 입은 그는 목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를 반만 묶은 상태였다. 20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그는 오른편에 앉은 변호인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남편과 함께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로 지목된 송아무개(45)씨다.

불법 음란물사이트 소라넷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송씨에 대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 심리로 21일 열렸다. 지난 7월 기소돼 8월 24일 첫 번째 재판이 진행된 뒤 열린 두 번째 재판이다. 이날 송씨쪽 변호인은 검찰쪽이 신청한 증거 대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송씨는 2003년 11월부터 2016년 4월1일까지 불법 음란물사이트 소라넷을 운영하면서 소라넷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도록 방조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다. 또한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게시했음에도 즉시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여성 성기 등이 포함된 음란물 등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도록 방조한 혐의 등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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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은 리벤지포르노(옛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와 성폭행 영상 디지털 성폭력 영상·사진 등을 공유하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회원수 100만명 추정)로, 서버를 국외에 두고 운영진을 은폐하면서 17년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 경찰은 2015년 3월 수사에 착수했고 이듬해 4월 핵심 서버가 폐쇄됐다.

경찰 수사로 소라넷은 송씨와 그 남편 윤아무개씨, 홍아무개씨, 박아무개씨 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송씨는 그중 한 명으로, 지난 4월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귀국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해외로 도주해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한국 국적을 가진 송씨에게 여권법에 따라 여권 발급을 제한하고 여권 반납을 명령해줄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고 외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관련법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 중지된 사람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

송씨는 변호인을 통해 “소라넷을 운영한 적이 없다. 소라넷을 운영한 사실이 있더라도 소라넷은 불법 게시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조치를 취했다”며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은 불면증 등 여러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고 아들 또한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귀국하게 되면 가정의 존립이 어렵다’고도 했다. 당시 심리를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은 송씨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는 자진 귀국해 구속됐고 검찰은 송씨를 재판에 넘겼다. 남편 윤씨를 비롯한 나머지 공범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에 대한 세 번째 재판은 10월19일 오후에 열린다. 소라넷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증인들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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