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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협…방북 4대그룹 총수들 ‘깊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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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LG·SK·현대차 등, 이튿날에도 별 메시지 없어

구체적 메시지 내놓는 경제단체장, 공공기관장과 대비

유엔제재 살아있고, 인프라 없어 당장 협력 어려워

경협 부정적인 보수세력 눈치도…물밑 검토 이어갈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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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 일원으로 북한에 다녀온 4대 그룹 총수들이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 제재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이들은 당분간 물밑에서 검토 작업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평양에서 돌아온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최태원 회장이 “(북한에)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정도가 눈에 띄는 반응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날 지주사 임원들과 방북 경험을 일부 공유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나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등 경제단체장과 공공기관장들이 언론을 통해 방북 소감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거칠게나마 앞으로의 구상을 밝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북 경협에 대한 4대 그룹의 고민은 이들이 당장, 그리고 직접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에서 유래한다. 각 그룹의 실무 임원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아직 존재하고 있고,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적극적인 경협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이나 통신, 전기, 철도 등 인프라 관련 사업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이는 정부 정책과 맞물린 사안이라 기업이 치고 나가기 어렵다. 또 국내 보수 세력이 신속하고 적극적인 경협에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이에 대한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남북 관계의 변화와 북한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대북 사업은 북미 관계와 대북 제재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역시 신규 경협 사업보다 기존에 진행되다 중단된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전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리룡남 내각부총리가 ’새로운 사업도 사업이지만 남북철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기왕에 하던 사업들을 살려내서 우선적으로 진행하자. 그 토대 위에서 교류협력의 범위를 확대해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남북은 우선 철도 연결이나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 기존 경협 사업에 집중하고 이외의 경협은 차차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4대 그룹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충 어떤 경협 사업이 가능할지 대략적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 틀을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국제 관계 등 변수가 많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경우 전자제품의 후공정 분야, 에스케이는 석유화학이나 통신, 엘지는 자원개발과 전자제품 조립, 현대차는 건설과 철도 등에서 경협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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