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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내가 상위 10%라고요?" 아동수당 배제에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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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서울은 전체 아동 중 61.2%만 지급…소득 상위 10% 배제 위한 행정비용만 16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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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위 10% 소득자라니, 솔직히 좀 놀랐어요."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A 씨는 지난달 동사무소에 아동수당 신청을 했다가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소득과 재산 조사를 해 보니 소득 환산액이 지급 기준선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A 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 아파트 한 채,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한 대가 재산의 전부다. 중산층에는 들어갈 거라고 평소 생각을 했지만 상위 10%에 든다는 통보를 받자 자부심이 느껴졌다기보다는 내심 당황했다.

21일 정부가 처음으로 만 5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아동 1명당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소득 상위 10%인 가구만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전체 아동의 40% 가까이 수령을 하지 못해 중산층 가운데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여기에 상위 10%를 걸러내는 데만 막대한 사회비용이 소요돼 5세 이하 전체 아동에게 지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체 0∼5세 아동 244만3775 명 가운데 94.3%인 230만5056 명이 아동수당을 신청했으며 이 중 2.9%인 6만6000 명이 탈락했다. 소득재산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아직 지급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아동은 31만6000 명이다.

이달 아동수당을 받는 아동은 192만3322 명으로 5세 미만 전체 아동의 78.7%다. 이 비율은 서울 등 대도시일수록 낮다. 서울은 40만2057명 가운데 24만6061 명으로 61.2%만 지급을 받는다. 서울은 신청을 했지만 탈락한 아동의 수만도 2만1730 명으로 6.1%에 달한다. 소득 상위 10%에 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신청을 했지만, 소득상위 10%라는 판정을 받은 경우다. 이 탈락률은 서울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전남의 경우 탈락률이 1.0%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 아동에 대한 지급률이 낮은 것은 가구 소득이 비교적 높고 가구당 자산도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가구당 평균 자산은 3억8164만원이다. 서울은 5억3576만 원으로 1위다. 평균 가구 소득은 2016년 기준으로 서울이 연간 5545만원으로, 울산(5975만원)에 이어 2위였다.

올해 아동수당을 받으려면 3인 가족을 기준으로 가구당 소득 환산액이 월 1170만원 밑이어야 한다. 소득 환산액은 부부의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기타소득에 토지와 주택, 자동차, 분양권, 입주권, 보증금 등의 재산 가치를 더해서 정해진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는 대략 1억원당 월 소득이 100만원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친다. 다만 맞벌이 부부의 사업·근로소득은 25% 공제가 이뤄진다. 또 지역에 따라 기본재산 공제가 이뤄지는데, 서울과 광역시는 1억3500만원, 중소도시는 8500만원, 농어촌은 1250만원 공제된다.

만약 서울에서 자녀 하나를 둔 맞벌이 부부가 매달 세전 합산 1000만원 근로소득을 올리고 빚 없이 6억원 짜리 아파트 1채와 5000만원짜리 중형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소득환산액은 약 1215만원이 돼 기준액을 넘기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은 아예 탈락할 것으로 생각하고 신청도 하지 않은 가구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지급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이들을 추리는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만 1626억원, 내년부터는 매년 1002억원의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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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보편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아동수당을 걸러내기 위해 초년도에 1600억원이 들었고, 매년 1000억원의 상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며 "순수하게 효율면에서 보더라도 아동수당을 전 아동에게 주도록 국회에서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아동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비용에는 신청자들이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데 따른 불쾌감 등을 환산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치면 10%를 걸러내기 위한 비용은 드러난 행정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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