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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달라진 추석풍경]귀성 포기족 '속출'…혼자 먹는 편의점 도시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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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명절도시락 불티…매년 매출 증가
직장인 절반 이상 "올해 추석 귀성 포기"
추석 당일 문 연 식당 없어 편의점으로 몰려
산업단지내 편의점 식사대용식 매출 60%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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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경남 사천공단에서 GS25를 운영하는 김선욱씨는 5년전부터 명절 연휴마다 손님들에게 빵과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김씨의 매장이 들어선 사천 제2 일반단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줌심으로 항공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 외국인은 명절에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데다 주변 식당마저 모두 문을 닫으면서 마땅히 끼니를 해결 곳이 없었다. 김씨는 설날에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점포를 찾은 파키스탄 노동자들로부터 이같은 하소연을 들은 뒤부터 명절마다 도시락을 넉넉하게 발주하고 있다. 올해는 점포 앞에 ‘명절에 고향에 못 가시는 주민들에게 GS25가 사랑을 나눠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자비로 제작해 음식 나눔을 알리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편의점이 식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들이 늘면서 편의점 식품도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명절 밥상으로 진화 중이다.

2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점포수 기준 상위 3개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일제히 명절 도시락을 선보였다. CU가 이달 18일부터 열흘간 명절대표 음식을 담은 횡성한우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전날부터 추석 연휴 기간에만 한정 판매하는 '추석 도시락'을 선보였고, 세븐일레븐은 LA갈비와 동그랑땡 등으로 구성된 '한가위 도시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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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도시락은 최근 수년간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GS25에 따르면 2016년 설에 한정 판매된 명절도시락 매출은 전년 설보다 167.8% 늘었고, 같은해 추석 도시락은 전년 추석보다 580% 급증했다. 지난해 설과 추석에도 명절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각각 215%와 187%를 기록했다.

올해 설날 명절 도시락은 약 10만개 정도 판매가 됐다. 특히 이들 도시락은 주택(주거) 지역에서 44.6%가 팔렸고, 서울 지역에서 25.5%, 경기도 지역에서 27.6%의 매출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고향을 내려가지 못하고, 명절 도시락을 즐긴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 참사와 경기 위축 등으로 고향에 내려가기 않고 홀로 명절을 지내는 이른바 '혼추족'이 늘어나면서 연중 무휴인 편의점으로 몰려든 것이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 플랫폼 '알바콜'에 따르면 직장인과 구직자 1106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에 대해 공동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0%는 귀향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기계가 돌아가는 산업단지 근로자들도 명절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에서 큰 손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최근 평택, 안산, 시흥, 구미, 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에 위치한 회원사 편의점의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 연휴 기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시락과 김밥, 면류 등 식사와 대용식 매출 비중이 연휴 직전주보다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김서연(35·여)씨는 "올해 설 당직 근무를 서면서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면서 "고향 집에 명절 음식이 가득한데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해 서럽기도 했지만, 편의점도 문을 닫았으면 굶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명절 연휴 기간 식품과 안전상비의약품의 매출 비중 증가는 365일 24시간 영업이라는 업태 특성과 편의점의 기능이 반영된 것”이며 “명절에도 대부분의 편의점이 문을 여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긴급 구호를 위한 안전상비의약품을 제공하는 유일한 유통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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